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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김수호-창작학습시/김수호♡미발표시 - 2 153

초복에 핀 봄 꽃 - 김수호 (1940~ )

초복에 핀 봄 꽃 - 김수호 (1940~ ) 당초엔 고분고분 계절 따르는 들꽃이 어쩌다 봄의 마지막 지킴이가 되었니 벗들이 떠난 게 언젠데 봄꽃잔치에서 덜 깬 취기 탓이냐 파트너의 입김 탓이냐 웬일로 불볕 더위가 한참인 복날에 화장 고치고 가출을 하다니 호랑이 선생님처럼 노려보는 한낮의 눈총 받고 버틸 엄두커녕 금새 풀이 죽더라도 고개는 떨구지 말아야지 이제는 네 푸른 드레스 자락을 덮고 코를 고는 누렁이가 꽤나 부럽겠구나 초복에 핀 넝쿨장미야 (180718)

그분 법대로 - 김수호 (1940~ )

그분 법대로 - 김수호 (1940~ ) 나는 주저 없이 말하네 하느님이 이 세상을 모두 짓고 우리에게 생명을 주신 창조의 근원임을 믿는다고 우리 사람은, 그러나 그 하느님의 엄청난 위세에 눌려 가까이서 날 지켜 주는 주님을 끼리끼리 모신다고 우리들 믿음의 세상은 자기 주님만 옳다며 편가르고 자기 주님이 돋보이게 패션 따라 철철이 꾸민다고 나는 그래도 믿는다네 모두 짓고 만드신 원조 하느님이 맨 위에서, 그분 법대로 한결같이 다스리신다고 (110217)

효자손 - 김수호 (1940~ )

효자손 - 김수호 (1940~ ) 등짝이 굼실굼실 감옥 같은 한밤중인데 아내의 손이 직방인줄 잘 알면서도 어찌 깨우나 삼식이 주제에 문틀에 비비고 요가 하듯 양팔 꼬면서 비책 찾느라 용틀임하다 문득 떠오르는 박 대통령의 모습 현모양처 잃은 뒤 함께 밤샌다는 그 효자손 흔들며 깨워 봐도 못 일어난다며 참고 지낸다네 가려워 못 죽으니 ​ ​ (20-11-22)

백일홍나무 5 - 김수호 (1940~ )

백일홍나무 5 - 김수호 (1940~ ) 자손들 모이는 곳엔 어디나 조상 무덤가로부터 손수 지은 집 담장 옆까지 백일홍나무를 심은 할아버지 귀띔 한마디 없었기에 백일홍나무 심은 뜻에 주려 볼그레한 여름 되면 마른 냇가를 서성거리는 손자 할아버지의 묵언 퀴즈에 애먼 양팔만 비틀던 손자에게 바위틈에서 솟구친 장자莊子의 무용지용無用之用 땔감으로나 재목으로나 아무 쓸모없는 꼬부랑 나무지만 늙은 손자가 시 쓰듯 정원을 감싸는 노숙한 품위 (190322)

백일홍나무 4 - 김수호 (1940~ )

백일홍나무 4 - 김수호 (1940~ ) 가시박에 깔린 백일홍 나무 한여름에도 꽃은커녕 제대로 숨도 못 쉬는 것 같더니 그 덮개 걷어 내자 지나친 날을 무르려는 듯 한껏 피워 내는 붉은 꽃송아리가 한 오리 소슬바람에 꺾인 듯 고개 숙이는구나 이웃들은 아직도 단풍잎 치장에 분주한데 임자만 일찌감치 알몸으로 떨고 섰는 건 늦여름 무더위에 너무 무리했던 탓은 아닌지 헉헉대며 꽃만 싸갈긴다 싶더니 가시박 넝쿨 덮치듯이 (171107)

백일홍나무 3 - 김수호 (1940~ )

백일홍나무 3 - 김수호 (1940~ ) 삐르르 종달새의 신호 따라 일제히 끝가지 향해 내닫는 봄꽃 경주에 임자 모습이 보이지 않은 것은 꼬부랑 몰골이 남세스럽기 때문인가 울긋불긋 봄꽃 레이서들은 진즉 내년 기약하며 꽃잔치 한마당을 떠났는걸 장맛비 지나도록 처지다니, 혹시 반 걸음은 되밀리는 흙탕길 탓인가 상기된 얼굴로 트로피 받쳐 들던 챔피언도 색바래기 시간은 못 피하지만 땡볕이 한여름을 태울 즈음 텅빈 스타디움에 홀로 기어들다니 숨 돌리며 추억 쌓기도 잠시, 이내 소슬바람 호각에 꽃잎 털며 돌아서는 뒷모습 신선인들 어찌 박수를 아꼈을꼬 자신과 싸워 세상 넘은 노장의 투혼이여 (110802)

너마저 - 김수호 (1940~ )

너마저 - 김수호 (1940~ ) 깔끔한 여생 지내기에 모두 닫고 귀만 열면 좋으리 내 생각이 너무 가벼웠나 시정잡소리 피한다고 귓속 외길에 노래만 몰아쳐 과부하가 걸린 탓인가 믿었던 귀가 돌아앉으니 마음속 주름을 펴주며 가슴을 도닥거리는 노년의 벗 유행가 트로트가 슬며시 자리를 뜨는구나 아직 사용가도 남아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하다 안개 속으로 글자가, 너마저 (171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