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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김수호-창작학습시/김수호♡미발표시 - 2 153

날씨 - 김수호 (1940~ )

날씨 - 김수호 (1940~ ) 구름이 하늘 빨랫물을 땅에 뿌리면 하늘은 파란 원색을 되찾고 땅이 걸러낸 맑은 물을 바다로 흘려보내면 바다는 하늘보다 더 짙어지고 바람은 구름을 말리고 햇볕은 다림질하여, 반짝반짝 낮에도 윤기가 흐르고 밤에도 빛이 나는 보석들 주연 나 그 옆에 수많은 조연, 그리고 명암, 색채, 음향, 시간 등의 담당 스탭 맨 위에 총감독, 하느님 사시사철 평생 연속극의 배경 (110830)

보약 - 김수호 (1940~ )

보약 - 김수호 (1940~ ) 고혈압 진단을 내린 의사는 혈압약을 하루 한 알씩 보약인 듯 먹으라, 동네 체육관의 트레이너는 매일 한 시간씩 보약 삼아 걸으라고 실속있는 처방을 내려 주었네. 그 보약을 먹으며 걷기 30년 혈압약은 세 알로 늘고 걷기 운동은 45분으로 줄면서 나이에 약은 정비례하고 운동은 반비례한다는 대단한 정리定理도 터득했거늘, 두 지인이 여든도 못 채우고 세상 버렸다는 부음을 접하고 보니 남의 건강 챙겨주느라 제 몸 건사엔 데면데면했지 싶어 백 세 시대가 되레 한스럽네. (170919)

공짜는 없다 - 김수호 (1940~ )

공짜는 없다 - 김수호 (1940~ ) 제주시내는 31도의 한여름 한 시간쯤 벗어난 변두리는 25도의 늦봄이라며 태풍 '메아리' 뒤에 몰려온 산북 지역의 무더위가 거푸 한라산 탓이라는 실랑이 물먹은 태평양 바람이 한라산 열기를 씻고, 그 턱밑에서 몸 말리는 게 이유일망정 섬 등짝 곧추세우는 한라산 섬 대표인 시내가 산병풍 사용료로 땀 좀 부조하면 어디 덧나냐며 (140527)

믿음 / 그네 - 김수호 (1940~ )

믿음/ 그네 - 김수호 (1940~ ) 몸이 피곤할 때 앉을 데 찾듯 마음 고달플 때 또한 기댈 만한 데 찾아보지만, 부모는 세상 뜬지 오래이고 자식은 애물단지 형제자매는 제 식솔에 끌려가며 경황없고 친구 이웃도 남은 남, 끝물에 찾은 하늘 등받이커녕 떨어질까 봐 두 팔로 매달려 두 발만 대롱거리네. (160930)

마이동풍馬耳東風 / 시 공부하다 - 김수호 (1940~ )

마이동풍馬耳東風 / 시 공부하다 - 김수호 (1940~ ) 말년의 노트를 정리하고파 너무 구차스럽지 않게 평생의 골격만 수습하려는 야학생처럼 믿은 등불 서툰 길을 밝히다 불시에 끄며 맘먹은 듯 던진 화두話頭 절대 서둘지 마시게 빳빳하게 굳은 뼛골이 탓이면 자르든 부수든 내쳐져야 이게 웬 파문벌이냐 때 아닌 날벼락에 찟긴 덩치 자판 위로 처진 손끝이 더 이상 떨지나 말았으면 지혜로운 삶이 뭐길래 (110605)

눈물이 쏟아진 이유 - 김수호 (1940~ )

눈물이 쏟아진 이유 - 김수호 (1940~ ) 눈앞이 번뜩한다 뒤통수를 호되게 맞았다, 띵... 고막의 경보만 골통에 한가득이다 누가 무슨 말을 해도 누가 말해 주지 않아도 나는 알았다 누가 때렸는지 두눈박이면 안다 제 정신으로 사는 사람이면 다 안다 누리꾼이 온갖 댓글로 농해도 무슨 정당이며 단체들 짝눈이 학자들이 손사래 쳐도 나는 알았다 누가 까부쉈는지 35일이 지났다, 그간 TV 뉴스도 떠밀며 유유자적 눈물 한방울 흘리지 않았다, 그러나 국립묘지의 구덩이에 주검이 흙처럼 묻힐 때 나는 몸으로 알았다 누구 짓인지 왈칵 눈물이 쏟아진다 천안함을 토막낸 북괴군의 어뢰 그 무지막지한 충격이 멀뚱멀뚱 강 건너 불 보듯이 구경만 하던 내 눈퉁이를 사정없이 쥐어박았기 때문에 (100430)

영혼에 흐르는 피 - 김수호 (1940~ )

영혼에 흐르는 피 - 김수호 (1940~ ) 자기의 생부가 생부인 줄 알았던 양부를 죽인 원수라는 걸 알고 고민하자 육체에 흐르는 피보다 영혼에 흐르는 피가 더 소중하다는 신부님의 한마디*, 혈육의 끈끈함을 누가 부인하랴만 다 의롭고 이로운 존재인가 못된 형제는 착한 이웃보다 못하다 했듯이 육체의 피로 연결 되었지만 영혼의 피를 잊으면 영혼의 피로 맺은 이웃보다 못한 것. 인간은 정신이요 영혼이다. 이 끈을 잃거나 놓아 버린다면 형제를 잇는 것은 낭자한 피의 강일 수밖에. 보이는 피라고 반드시 나을 게 없다. * 2008 MBC 월화 연속극 '에덴의 동쪽'의 장면 요약

믿음/ 신앙 고백 초抄 - 김수호 (1940~ )

믿음/ 신앙 고백 초抄 - 김수호 (1940~ ) 하늘의 별에서 길가의 잡초까지 내 머리로는 좀처럼 이해할 수 없고 해명할 수 없고, 그리하여 알량한 배알 다 버리고 완전히 두 손 들 수밖에 없는 일이 하나라도 있다면 하느님은 반드시 존재합니다. 내 마음으론 좀처럼 나 자신을 용서할 수 없고 동정할 수 없고 누구한테도 알릴 수 없고, 그리하여 이름 석 자 다 버리고 내 속을 바닥까지 들춰 보일 수밖에 없는 그런 일이 있다면 하느님은 반드시 존재해야 합니다. (180112)

눈물 부조 - 김수호 (1940~ )

눈물 부조 - 김수호 (1940~ ) '나는 살 만큼 살았소 이제 가치 있는 죽음을 생각하고 있소' '나도 칼을 갈고 있소 그게 도구가 될지 무기가 될지 나도 모르오' 이 일을 어쩌면 좋으냐 구국 위해 죽기를 각오하고 있지 않느냐 팔순이면 진짜 살 만큼 살았는데 도대체 넌 무슨 맘으로 사냐 나라 위해 한목숨 바칠 생각이나 해 봤냐고 부끄러워 고개를 못 들겠구나 틀딱이라 조롱 받아 억울할 게 없다 마음새가 오래 살 궁리뿐이니 그래, 누가 애국심을 들먹이면 겸연쩍어 찔끔찔끔 눈물 부조로 때우는 게냐 (1703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