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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김수호-창작학습시/김수호♡미발표시 - 2 153

창조경제 - 김수호 (1940~ )

창조경제 - 김수호 (1940~ ) 한 손으로는, 연실 인형 바지만한 핫팬츠를 올리며 또 한 손으로는 자루 같은 티셔츠를 끌어내리네 어, 어! 앞서 걷는 초등학교 여학생 바지는 사라지고 윗도리 아래는 맨다리뿐이네 더 긴 상의와 더 짧은 하의를 맨손으로 만들어 최신 패션을 연출하는 와아! 이 창조경제의 극치 (120825)

선후배의 개념 - 김수호 (1940~ )

선후배의 개념 - 김수호 (1940~ ) 70대 두 노인의 초면 인사 졸업년도로는 내가 2년 선배 나이로는 그가 세 살 위 5년씩이나 만학한 이유야 초근목피하던 시절이라 묻지 마 집안 형편 탓이었을 터 학교는 내가 선배이지만 인생은 자기가 선배라며 내미는 손 난 고개 끄덕이며 맞잡는다 살 날이 얼마나 남았다고 동문회 자리도 아닌 믿음을 잘 지키자는 모임에서 (140525)

고속도로 사고 예방책 - 김수호 (1940~ )

고속도로 사고 예방책 - 김수호 (1940~ ) 우리나라를 대표 하는 경부고속도로 대표 소리 들을 만큼 끊이지 않는 대형 교통사고 건설 초기에 정치지도자들이 도로 공사장에 드러누워 건설을 반대한 건 대단한 선견지명이 아닌가! 그 맥락에 이어 사고 예방책도 과감하게 혁신적으로 세울 필요가 있다. 우선 과속을 막기 위해 자동차는 시속 100킬로를 넘지 않게 제작하기. 적기 조례*를 유추해 볼만하겠고 그밖에 국내외 교통법규도 참고할 수 있겠고... 외체차 횡포는 아예 금수 조치로 차단. KTX가 고속도로 부하를 크게 경감시킬 테니. 사람 사는 세상에 자동차 때문에 귀한 생명 잃게 하는 건 주객전도 아닌가! 원자력 발전도 매한가지지만... 어떻노, 이 발상, 누구나 공감하겠지? 이 정도는 되어야, '사람이 먼저..

좀 버텨만 주게 - 김수호 (1940~ )

좀 버텨만 주게 - 김수호 (1940~ ) 자네가 나 보다 먼저 가는 게 내겐 인생 최후의 승리라고 생각해온 걸 수정하지 않을 수 없어 그러네 자네가 좀 오래 살아 주면 좋겠네 내가 출간한 시집을 읽으면서 '네가 뭔가 해 낼 줄 알았다'라는 말을 내 귀로 꼭 듣고 싶으니까 잘 나가나 싶다 나락으로 떨어져 볼품없이 찌그러진 모습을 자네 기억 속에 꿍친 채 약 올리듯 훌쩍 떠나는 걸 어찌 감당하란 말인가 그러니 제발 나에게 시간 좀 주게 그때까지 친구야! 자네가 좀 버텨만 주면 고맙겠네 (180814)

벚꽃 축제 유감 - 김수호 (1940~ )

벚꽃 축제 유감 - 김수호 (1940~ ) 아파트 단지 둘러 빼곡히 핀 벚꽃 그 터널을 하얗게 휘저으며 노부부가 걷는 벚꽃 축제에 빠져들다 문득 떠오르는 주간 일기 예보 사흘 내리 봄비치곤 꽤나 내린다니 그새 꽃잎이 거의 져 버릴 텐데 한 해에 족히 열흘 넘게 신세 지면서 올해도 맹숭맹숭 걍 보내야 하나 노래자랑에 민속품, 먹거리 텐트며 촛불 범벅의 풍물패 굿판은 취향 밖이라 내심 염치없고 아쉽구나 초코파이라도 몇 개 들고 나올 걸 (170405)

배웅하며 할 말은 - 김수호 (1940~ )

배웅하며 할 말은 - 김수호 (1940~ ) 텃세의 꽃방석에 앉아 그 옛날 비행기에서 내려다보던 쬐끄만 고향 섬 맘만 먹으면 단숨에 갈아엎고 말 뱃심 젊은 날 촉망받던 꽤 잘 나간다 싶던 자네가 흙으로 돌아가던 날 들에도 눈발이 재 같이 날렸다네 근대화가 시동 걸린 시절 만만한 패거리 끌고 주유천하하며 동문들의 옷자락을 타고 넓은 오지랖에 번듯한 명찰은 못 달았어도 모두가 내 것인 양 머리는 하늘 뚫고 두 발은 구름에 두둥실 헤엄치기 몇 십년인가 무슨 구름인지도 상관없이 어느 날 불치의 날벼락에 힘 한번 못 써보고 추락한 곳이 변두리의 납골당 그 좁은 항아리 속에서 반세기를 더 묵어야 한다니 누가 들춰보는지 흉보는지 탓하는지도 모르는 세상이라 그나마 다행이라 해야 할지 누군들 별 수 있겠는가마는 결국 도..

빗방울의 본성 - 김수호 (1940~ )

빗방울의 본성 - 김수호 (1940~ ) 떨어지자 깨어져 구르진 못해도 남 탓도 원망도 하지 않고 소리없이 기다리다 이웃이 모여드는 족족 몸 불려 힘을 키우며 집 따라 모양내고 길 좇아 걸음새 고쳐 가며 뭇 생명을 기르다가도, 수틀리면 숨통 죄고 뵈는 건 다 삼키는 가공할 폭력도 불사하지만 피와는 상극이니 성질 돋운다 싶으면 코앞에서 얼쩡대지 말고 대문만 열어 주고 잠시 바깥바람이나 쐐라고 달래는 게 상책이라네. (150317)

황혼의 여정旅情 - 김수호 (1940~ )

황혼의 여정旅情 - 김수호 (1940~ ) 사랑이 설익어 멀리 갔다 끈질긴 인연에 이끌려, 기어이 솜털 펼쳐 보이며 또다시 만난 텃새 한 쌍 이미 태워 버린 가슴은 묵은 정으로 씻자며 살다, 깜빡 순애보 가락의 엇박자에 뱃속 것도 마저 토하라 하네 내뱉을 곡은 무엇이며 바칠 노래가 또 어디 있냐며 밀당의 실랑이, 끝내 돌아앉아 노래마저 끊을 때면 황혼의 끝자락 타는 내 둥지 가득 쾨쾨한데, 하지만 부드러운 날갯짓에 이내 마주앉는 노부부의 끝판 연분 (140529)

노부부의 약속 - 김수호 (1940~ )

노부부의 약속 - 김수호 (1940~ ) 주일 미사 보러 성당에 가는 80대 노부부 아파트 현관문 나서자 비가 올듯 흐린 날씨에 흠칫 데레사가 급히 되돌아가 우산을 챙겨 온다, 그러나 비는 오지 않았다 성전에 자리잡고 요한은 사이드 백에서 성가집, 매일미사책, 목걸이 이름표를 꺼낸다, 그러나 데레사의 핸드백에는 미사포가 보이지 않는다 종종 있는 일이지만 부부는 약속한다 다음부터는 요한이 챙겨 오기로 (십자가 앞에서) 미사 후 귀가하지마자 요한은 자기 백에 미리 챙긴다 데레사의 미사포부터 (23-03-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