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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김수호-창작학습시/김수호♡미발표시 - 2 153

발치拔齒 - 김수호 (1940~ )

발치拔齒 - 김수호 (1940~ ) 오복 중의 하나라는 치아 건강 왕창 다 뽑아내고 틀니를 해넣었다 몇 년 못살고 세상 뜬 풍치로 고생하던 한 죽마지우 복을 너무 쉽게 버린 게 탈이었는지 거의 전부를 임플란트 시술 심혈관 질환으로 개흉수술까지 받고 예후가 좋다는 동네 어르신 몽땅 버린 복을 정성껏 다시 심은 그 덕을 톡톡히 본 건 아닌지 어금니 뽑아 허전한 자리 혀끝으로 헤어 보니 제 뿌리 남은 게 모두 스물다섯 치약 상표처럼 20개가 80세까지 가려면 아직 여분이 다섯 개인 셈이네 복 버리는 거나 진배없는 발치 다시 심는 대가가 클밖에 승용차 한 대가 입속에 차고를 짓는다니 남은 것만 챙겨도 큰 복, 허나 세월이 너무 잘 씹혀 뒤탈은 없을지 (091201)

나의 거울 - 김수호 (1940~ )

나의 거울 - 김수호 (1940~ ) 식탁에 마주 앉은 아내 눈이 작아져 보여 식후에 거울을 보니 내 눈도 졸아든 것 같다 여태 거울에 비춰진 건 내 겉 얼굴일 뿐 아내 얼굴에서 투사投射된 게 진짜 내 속 얼굴이었다 늙어지면 쭈그러들며 더 닮아가는 부부 아내의 민얼굴에 비춰 보며 내 속맘까지 가늠한다 (1100613)

목숨보다 더 귀한 것 - 김수호 (1940~ )

목숨보다 더 귀한 것 - 김수호 (1940~ ) 예편을 반년 앞두고 천안함 실종자 수색 중 희생된 한준호 준위, 정년 퇴직을 코앞에 두고 인생에 후회를 남기지 않겠다며 쓰나미의 원전사고 현장으로 달려간 6순의 직장인, 처자식보다 더 소중하고 목숨보다 더 귀한 것 하늘 앞에도 부끄럽지 않은 떳떳한 인생 역정歷程 그 길을 함께 한 가족 죽음을 이긴 자존自尊의 등대가 의에 주린 세상을 밝혀 준다 (110319)

여기까지 - 김수호 (1940~ )

여기까지 - 김수호 (1940~ ) 세상이 못마땅해 죽겠구나 변할 기미가 없고 바꿀 힘도 없으니 별수없지, 내가 바뀔 밖에 둥근 지구 아무데나 붙잡아라 그게 세상의 꼭지점, 그럼 술집을 지축 삼아 한번 돌아보자 와아, 힘 받자 세상이 더 빨리 도는구나 삼천궁녀 대령하라 나는 왕이다 아이돌이 따로 있냐 나도 가수다 따라 도는 내 집 네집에 눈 붙이는 데가 내 침대가 아니냐 시끄러! 잠 좀 자자, 여기까지. (180417)

싫증 - 김수호 (1940~ )

싫증 - 김수호 (1940~ ) 공원에 눈길 끄는 주인 없는 물건들 신발에서 아웃도어, 가끔 자전거도 있다 한 주쯤 지나면 청소아줌마가 부득불 쓰레기로 처리할 수밖에 없다니 먹고살기 넉넉해진 걸 탓하랴 쏟은 물처럼 사방으로 번지는 싫증 공원 벤치의 사정도 매한가지 해가 중천인데도 누어 있는 사람이 있다 아무리 골칫거리가 짓누르기로 어찌 청소차에 실려가는 꿈을 꿀까마는 싫은 게 자신인지, 세상인지 쓸어다 버릴 테면 버리라는 듯이 (180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