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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김수호-문인추천시/현대시♧백인시선 100

김영랑의 [모란이 피기까지는] - 애송시 100편 (100)

현대시 100년, 시인 100인이 추천한 애송시 100편 (100) 모란이 피기까지는 - 김영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둘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

정희성의 [저문 강에 삽을 씻고] - 애송시 100편 (99)

현대시 100년, 시인 100인이 추천한 애송시 100편 (99) 저문 강에 삽을 씻고 - 정희성 흐르는 것이 물뿐이랴 우리가 저와 같아서 일이 끝나 저물어 강변에 나가 삽을 씻으며 거기 슬픔도 퍼다 버린다 스스로 깊어가는 강을 보며 쭈그려 앉아 담배나 피우고 나는 돌아갈 뿐이다 삽자루에 맡긴 한 생애가 이렇..

조병화의 [오산 인터체인지] -애송시 100편 (98)

현대시 100년, 시인 100인이 추천한 애송시 100편 (98) 오산 인터체인지 - 조병화 자, 그럼 하는 손을 짙은 안개가 잡는다 넌 남으로 천 리 난 동으로 사십 리 산을 넘는 저수지 마을 삭지 않는 시간, 삭은 산천을 돈다 등(燈)은, 덴막의 여인처럼 푸른 눈 긴 다리 안개 속에 초초히 떨어져 서 있고 허허들판 작..

문태준의 [맨발] - 애송시 100편 (97)

현대시 100년, 시인 100인이 추천한 애송시 100편 (97) 맨발 - 문태준 어물전 개조개 한마리가 움막 같은 몸 바깥으로 맨발을 내밀어 보이고 있다 죽은 부처가 슬피 우는 제자를 위해 관 밖으로 잠깐 발을 내밀어 보이듯이 맨발을 내밀어 보이고 있다 펄과 물속에 오래 담겨 있어 부르튼 맨발 내가 조문하듯 ..

김경미의 [비망록] - 애송시 100편(96)

비망록 / 김경미 햇빛에 지친 해바라기가 가는 목을 담장에 기대고 잠시 쉴 즈음. 깨어보니 스물네 살이었다. 신(神)은, 꼭꼭 머리카락까지 졸이며 숨어있어도 끝내 찾아주려 노력하지 않는 거만한 술래여서 늘 재미가 덜했고 타인은 고스란히 이유 없는 눈물 같은 것이었으므로. 스물네 해째 가을은 더..

이장욱의 [인파이터 - 코끼리군의 엽서 ] - 애송시 100편 (95)

현대시 100년, 시인 100인이 추천한 애송시 100편 (95) 인파이터 - 코끼리군의 엽서 - 이장욱 저기 저, 안전해진 자들의 표정을 봐. 하지만 머나먼 구름들이 선전포고를 해온다면 나는 벙어리처럼 끝내 싸우지. 김득구의 14회전, 그의 마지막 스텝을 기억하는지. 사랑이 없으면 리얼리즘도 없어요 내 눈앞에 ..

정끝별의 [가지가 담을 넘을 때] - 애송시 100편(94)

현대시 100년, 시인 100인이 추천한 애송시 100편 (94) 가지가 담을 넘을 때 / 정끝별 이를테면 수양의 늘어진 가지가 담을 넘을 때 그건 수양 가지만의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얼굴 한번 못 마주친 애먼 뿌리와 잠시 살 붙였다 적막히 손을 터는 꽃과 잎이 혼연일체 믿어주지 않았다면 가지 혼자서는 한없이 ..

이재무의 [감나무 ] - 애송시 100편(93)

감나무 / 이재무 감나무 저도 소식이 궁금한 것이다 그러기에 사립 쪽으로는 가지도 더 뻗고 가을이면 그렁그렁 매달아놓은 붉은 눈물 바람결에 슬쩍 흔들려도 보는 것이다 저를 이곳에 뿌리박게 해놓고 주인은 삼십년을 살다가 도망 기차를 탄 것이 그새 십오년인데…… 감나무 저도 안부가 그리운 ..

김준태의 [참깨를 털면서] - 애송시 100편 (92)

현대시 100년, 시인 100인이 추천한 애송시 100편 (92) 참깨를 털면서 - 김준태 산그늘 내린 밭 귀퉁이에서 할머니와 참깨를 턴다. 보아하니 할머니는 슬슬 막대기질을 하지만 어두워지기 전에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젊은 나는 한번을 내리치는 데도 힘을 더한다. 세상사에는 흔히 맛보기가 어려운 쾌감이 ..

안현미의 [거짓말을 타전하다] - 애송시 100편 (91)

현대시 100년, 시인 100인이 추천한 애송시 100편 (91) 거짓말을 타전하다 / 안현미 여상을 졸업하고 더듬이가 긴 곤충들과 아현동 산동네에서 살았다 고아는 아니었지만 고아 같았다 사무원으로 산다는 건 한 달치의 방과 한 달치의 쌀이었다 그렇게 꽃다운 청춘을 팔면서 살았다 꽃다운 청춘을 팔면서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