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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민애의 시깃든삶] 먼 데, 그 먼 데를 향하여 - 신경림(1936∼2024) [동아/ 2024-05-25]

먼 데, 그 먼 데를 향하여 - 신경림(1936∼2024)    (…)사람 사는 곳어디인들 크게 다르랴,아내 닮은 사람과 사랑을 하고자식 닮은 사람들과 아옹다옹 싸우다가,문득 고개를 들고 보니,매화꽃 피고 지기 어언 십년이다.어쩌면 나는 내가 기껏 떠났던 집으로되돌아온 것은 아닐까.아니, 당초 집을 떠난 일이 없는지도 모르지.그래서 다시,아주 먼 데.말도 통하지 않는, 다시 돌아올 수 없는,그 먼 데까지 가자고.나는 집을 나온다.걷고 타고, 산을 넘고 강을 건너고,몇날 몇밤을 지나서.시인의 이름을 알기도 전에 ‘가난한 사랑노래’부터 알았다. 중학생 때였는데, ‘왜 모르겠는가’ 묻는 시 앞에서 이 시인은 꼭 알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시인의 이름에 익숙해지기 전에 ‘목계장터’부터 배웠다. 나는 가보지도 않..

[나민애 시깃든삶] 호각 - 남지은 (1988~ ) [2024-05-11]

호각 - 남지은 (1988~ ) 새소리는 어디서 왔을까새도 숲도 없는 이곳에 새소리가 들려왔다면내 안에서 네 안에서 그도 아니면신이 있다면 새소리로 왔을까늪 같은 잠 속에서 사람들을 건져내고아침이면 문가로 달아나는반복되는 장난은빛 깃털만이 신의 화답으로 놓인다면 그도 신이라 부를까내가 새소리를 듣는다면잠결에도 아기 이마를 짚는 손과손을 얹을 때 자라는 조그만 그늘에도내려앉는포개지는 글자 (후략)내가 좋아하는 한 시인이 예전에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새로 등단한 시인의 첫 번째 시집은 꼭 챙겨 본다고. 그렇다면 그는 남지은 시인의 신간도 읽었겠다 싶다. 시인의 첫 시집은 단 한 번뿐이다. 딱 시인의 수만큼만 존재한다. 그 귀한 것을 읽으며 당신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내가 접어놓은 페이지는 ‘호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