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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김수호-문인추천시/현대시♧백인시선 100

노천명의 [사슴] - 100명의 시인이 뽑은 애송시 100편 (10)

현대시 100년, 시인 100명이 추천한 애송시 100편 (10) 사슴 / 노천명 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짐승이여 언제나 점잖은 편 말이 없구나 관이 향기로운 너는 무척 높은 족속이었나 보다 물속의 제 그림자를 들여다보고 잃었던 전설을 생각해내곤 어찌할 수 없는 향수에 슬픈 모가지를 하고 먼데 산을 쳐다본다..

오규원의 [한 잎의 여자] - 100명의 시인이 뽑은 애송시 100편 (9)

현대시 100년, 시인 100명이 추천한 애송시 100편 [9] 한 잎의 여자 / 오규원 나는 한 여자를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한 잎같이 쬐그만 여자, 그 한 잎의 여자를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그 한 잎의 솜털, 그 한 잎의 맑음, 그 한 잎의 영혼, 그 한 잎의 눈, 그리고 바람이 불면 보일 듯 보일 듯한 그 ..

김종삼의 [묵화] - 100명의 시인이 뽑은 애송시 100편 (8)

현대시 100년, 시인 100명이 추천한 애송시 100편 [8] 묵화(墨畵) / 김종삼 물 먹는 소 목덜미에 할머니 손이 얹혀졌다. 이 하루도 함께 지났다고, 서로 발잔등이 부었다고, 서로 적막하다고, <1969년> 해설 - 김종삼(1921~1984) 시인의 시는 짧다. 짧고 군살이 없다. 그의 시는 여백을 충분히 사용해 언어가 잔..

곽제구의 [사평역에서] - 100명의 시인이 뽑은 애송시 100편 (7)

현대시 100년, 시인 100명이 추천한 애송시 100편 [7] 사평역(沙平驛)에서 / 곽제구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눈이 쌓이고 흰 보라 수수꽃 눈시린 유리창마다 톱밥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 그믐처럼 몇은 졸고 몇은 감기에 쿨럭이고 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나..

서정주의 [동천] - 시인 100명의 애송시 100편 (6)

현대시 100년, 시인 100명이 추천한 애송시 100편 [6] 동천(冬天) / 서정주 내 마음속 우리 님의 고운 눈썹을 즈믄 밤의 꿈으로 맑게 씻어서 하늘에다 옮기어 심어 놨더니 동지 섣달 날으는 매서운 새가 그걸 알고 시늉하며 비끼어 가네 해설 - 겨울 밤하늘을 올려 본다. 얼음에 맨살이 달라붙듯 차갑고 이빨..

김춘수의 [꽃] - 시인 100명의 애송시 100편 (5)

현대시 100년, 시인 100명이 추천한 애송시 100편 [5] 꽃 / 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

황동규의 [즐거운 편지] - 시인 100명의 애송시 100편 (4)

현대시 100년, 시인 100명이 추천한 애송시 100편 [4] 즐거운 편지 / 황동규 1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 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보리라 2 진실로 진실로 내..

이성복의 [남해금산] - 시인 100명의 애송시 100편 (3)

현대시 100년, 시인 100명이 추천한 애송시 100편 [3] 남해 금산 / 이성복 한 여자 돌 속에 묻혀 있었네 그 여자 사랑에 나도 돌 속에 들어갔네 어느 여름 비 많이 오고 그 여자 울면서 돌 속에서 떠나갔네 떠나가는 그 여자 해와 달이 끌어 주었네 남해 금산 푸른 하늘가에 나 혼자 있었네 남해 금산 푸른 바..

김수영의 [풀] - 시인 100명의 애송시 100편 (2)

현대시 100년, 시인 100명이 추천한 애송시 100편 [2] 풀 / 김수영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 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

박두진의 [해] - 시인 100명의 애송시 100편 (1)

현대시 100년, 시인 100명이 추천한 애송시 100편 (1) 해 / 박두진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맑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 야 솟아라.산넘어 산 넘어서 어둠을 살라먹고, 산 넘 어서 밤새도록 어둠을 살라먹고, 이글이글 애뙨 얼굴 고운해야 솟아라. 달밤이 싫여, 달밤이 싫여, 눈물 같은 골짜기에 달밤 이 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