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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김수호-창작학습시/김수호♡미발표시 - 2 153

마지막 잔치 - 김수호 (1940~ )

마지막 잔치 - 김수호 (1940~ ) 빈부귀천 너머 하늘이 엄숙하게 허락한 산 사람한테 베푸는 죽은 사람의 마지막 잔치 그게 장례식일 터, 문상객 중엔 생전에 그와 사연 깊은 이 왜 없을까 비로소 찾아온 사람한테 누워서 절은 받지만 못다 한 정 아쉬움은 어쩌나, 죽음으로써 마련한 딱 한 번의 잔치 주인공을 데려가 버리는 건 구차스런 변명 말고 순순히 정죄 받으라고. (160930)

추억의 벽 거울 - 김수호 (1940~ )

추억의 벽 거울 - 김수호 (1940~ )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듬해 정초에 셋놈*이 읍민콩쿠르에서 1등상으로 타 온 어머니의 외로움을 달래 드린 첫 선물 고향집 안방을 지키던 그 벽 거울은 어머니의 삶을 돌봐주던 벗 눈물로 고향집 떠나 시내로 옮길 때에는 오두막 문깐방까지도 따라오고 큰놈의 바깥채로 옮겨서도 함께하다 풍 맞아 눈만 껌뻑거리던 세월도 벽에 붙어 선 채 밤낮없이 보살핀 벗 그러나, 어머니의 그 30년 지기는 셋놈에겐 찾을 엄두가 안 났고 큰놈에겐 한낱 노친의 낡아 빠진 행장일 뿐 한값하는 골동품의 탈을 썼다면 누군들 어찌 챙기지 않았을까마는 아무도 찾지 않은 무주물로 사라지다니 어머니의 별세 전해에 상경하신 때 셋 며느리가 사 드린 돋보기가, 그나마 저 세상 새 길벗 된 게 서운함을 던다 *..

삶의 덫 - 김수호 (1940~ )

삶의 덫 - 김수호 (1940~ ) 거미줄에 거미가 목매다는 일이 있으며 모래톱 개미지옥에 개미귀신이 빠져 죽는 일이 있던가마는 제 삶의 길에 눈부신 수성(獸性) 그 불빛에 홀려 내닫다, 덜컥 제 덫에 옭매이는 혈기 방장한 짐승 하나 한나절 내내 허공만 허우적거리다 한밤의 예비는 허당 낙조落照에야 본성의 덫을 벗더라도 (110319)

사람답게 살려면 - 김수호 (1940~ )

사람답게 살려면 - 김수호 (1940~ ) 일을 벌이려면 돈이 있어야, 앞서 그 돈 쓸만한 아이디어가 떠받쳐야 하듯 사람답게 살려면 꿈을 지녀야, 그것은 삶의 밑그림 생활의 활력 내가 꿈을 버리지 않는 한 결코 꿈도 날 떠나지 못한다는 걸 해 질 때까지 명심해야 유언처럼 신앙처럼 애들의 봄날 개꿈도 한나절 효험은 있으니 (110627)

나의 사모곡 - 김수호 (1940~ )

나의 사모곡 - 김수호 (1940~ ) 해방 직후 변변한 동요도 없던 시절 노래 부르기 좋아하던 아이는 학교도 들어가기 전부터 직옹끼蓄音機로 인기 가수들의 유행가를 익히지요. 해방 뒷해 국민학교 입학 후 첫 원족 장기 자랑 시간에 함께 온 엄마와 촉촉이 눈 맞추며 부릅니다. 세 살배기 동생이 먼 별나라로 떠난 그 슬픔을 한 달도 못 넘긴 때 연인과 이별하는 서글픈 유행가를. 환호와 박수 속에... 와, 1등! 아이의 생애 첫 번째 상 (공책 5권). 오랜만에 활짝 웃음 되찾은 울 엄마 그 모습이 쌍꺼풀진 까만 눈의 동생과 함께 눈물에 숨었다 노래에 살아납니다. 그때 누가 알았겠어요, 사모곡이 될 줄을, 남인수 원곡(1941) '청춘 항구' 가. (2023-03-02) ksh-청춘항구(권두영피아노04112..

꺾이고자 피는 꽃이 있더냐 - 김수호 (1940~ )

꺾이고자 피는 꽃이 있더냐 - 김수호 (1940~ ) 꺾이고자 피는 꽃이 있더냐 열매 맺어 씨 뿌리고자 애쓰는 모습을 보라 샘물도 말려 버린 지난 폭염에도 천지를 휩쓸듯한 비바람에도 견디지 않더냐 더듬는 손길을 가시로 막고 손댈 의지를 아예 악취로 지우거나 꺾을 새도 없이 깜빡 피었다 져 버리는 이러한 안간 모습은 또 어떻고 대들지도 않고 우는 소리도 없다고 예쁜 꽃을 꺾어 꽃꽂이를 하면 아무리 곱고 향기로운들 그건 생기가 아니고 생명의 탈을 씌운 주검일 뿐인 걸 반려동물 다루듯 어미 같은 눈빛으로 살아야 하는 뜻이 뚜렷한 생명 화분에라도 옮겨 심어 주면 안되겠냐 씨를 남기고자 피는 꽃이기에 (180815)

사랑의 아이러니 - 김수호 (1940~ )

사랑의 아이러니 - 김수호 (1940~ ) 하느님은 하나이시고 사랑이시다 하느님은 만물 중에 사람을 특별히 사랑하시어 비로소 그 사랑에 가린 그늘이 생겼다 지구에 가린 달과 같이 특별히 사랑하는 곳에 다툼이 싹튼다 복 받은 자 vs 저주 받은 자처럼 편가르기가 벌린 것을 사람이 끌어다 붙여야 그늘이 걷힌다 하느님께 받은 그 사랑으로 (120907)

라스트 스퍼트last spurt - 김수호 (1940~ )

라스트 스퍼트last spurt - 김수호 (1940~ ) 골라인이 머지않은 마라토너 내 인생 여정의 말년 마지막 스퍼트만 남아 있는 5분의 4지점 숨가쁘게 생의 퇴고를 결행해야 한다 자폐증을 이긴 열린 마음으로 후회의 오탈자를 남기지 않기 위하여 홀로 숨 고르며 모은 힘을 쏟아 내자 여생의 건강 신들메를 조이고 짜임새 있게 국내외에 걸쳐 보폭을 넓히자 멀리는 세계의 성지 순례를 가까이는 고향 섬을 차분히 일주하여 지금까지 뛰어온 여정을 돌아보며 양손끝으로 정성껏 엮어 의미있는 흔적으로써 자존감을 되찾고 안팎의 응원자에게 선사하자 한 세상을 더불어 뛴 징표로 삼도록 빚진 것을 갚아가자, 하나 하나 돈빚만 빚이냐 삶이 모두 신세 진 빚인걸 마음 속 응어리는 풀어 가며 내게 할퀸 상처도 용서 빌며 쓰다듬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