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노래와 할배 자세히보기

2-8 김수호-창작학습시/김수호♡미발표시 - 2 153

상처 받는 건 - 김수호 (1940~ )

상처 받는 건 - 김수호 (1940~ ) 봄 열차의 기적 소린가 아직인 듯 싶은데 늦을세라 문 박차고 나온 홍가시나무 빨간 새싹은 펴지도 못한 채 쪼그랑 조막손이 되고 얼떨결에 깨어나자 몸 풀던 개구리 그 씨알들이 떼로 꽁꽁 얼어죽어 금년 올챙이 출산은 완전 허탕 쳤단 소문이네 먼발치에서 봄 처녀의 교태에 얼빠진 건널목지기가 겨울 차단기를 잘못 올린 탓인걸 늘상 상처 받는 건 말 잘 듣는 착한 순둥이들 (140526)

까마귀의 판정은 - 김수호 (1940~ )

까마귀의 판정은 - 김수호 (1940~ ) 잡목 빼곡한 삼다수 숲길에서 요란스러운 까마귀 울음 소리에 어느 부부의 그 울음 풀이 "여보, 당신한테 반갑다고 '아빠아빠' 하고 있잖아" "아니야, 귀찮다고 '꺼져꺼져' 하는 거야" 비행기 타고 온 뾰쪽구두 서울 까치한테 볕에 그을은 섬 색씨 까마귀가 안방 빼앗기고 내쫓긴 상황인데... (120610)

진달래꽃 - 김수호 (1940~ )

진달래꽃 - 김수호 (1940~ ) 내 첫사랑에게 전한 첫 선물은 소월 시집 '진달래꽃'이었지 긴 이별을 이겨 낸 그때 그 여인이 오늘도 자식처럼 가꾸는 꽃 새봄에 희망으로 피는 그 '진달래'가 평창 동계올림픽 폐회식에 참석하는 북한 고위층을 안전하게 모시는 운송 암호라니, 얼마나 보내기가 아쉬워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게 할까 6.25 이후 우리 아들들을 가장 많이 해친 바로 '너' 보기가 역겨워 진달래꽃 보기가 민망해지면 이 봄 이 꽃에 쏟은 그 여인의 순정은 무엇으로 돌려받아야 하나 차라리 '무궁화'로 하지 그랬냐. (180226)

믿음/ 날 수 없었다면 - 김수호 (1940~ )

믿음/ 날 수 없었다면 - 김수호 (1940~ ) 통일을 결정적으로 방해한 중공군을 중공오랑캐라고 저주하며 뿔 달린 도깨비로 여겼지요 도깨비를 본 적은 한번도 없지만요, 그러나 어릴 적 우리 사제는 날개 달린 천사였지요 그의 생각과 말은 곧 정의이고 그가 가는 곳엔 당연히 평화가 깃드는 그런 천사요 자칭 어느 정의평화의 사제가 요충지인 제주도에 군항 건설을 반대하며 '평화의 섬'을 지키는 시위를 하다 바위 아래로 굴러 떨어졌대요 등뼈가 셋이나 망가져 병원 신세를 진다는 보도에 화산 터진 듯 내 가슴속이 화끈하더군요 왜, 떼지어 담장을 넘고 뱀처럼 스미는지 어떻게, 천사가 악마한테 밀려 다칠 수 있는지 애당초 날아오르면 끝나는 것을 그 싸움판에 성체까지 모시고 가서 날 수 없었다면 그게 하느님의 뜻이 아닐..

흰돌고래 - 김수호 (1940~ )

흰돌고래 - 김수호 (1940~ ) 뭘 닮았다 했는데 세상에 10만 마리뿐이라는데 문밖을 나서면 TV를 켜면 눈에 띄는 게 흰돌고래다, 아니 그 이마빡이다 돌고래와 친해지려고 생명을 걸고 알몸으로 북극해에 뛰어든 인어의 천사 나탈리아의 사랑 복수의 일념으로 자신을 흰고래白鯨 등에 밧줄로 매단 고래 사냥꾼 에이허브 선장의 증오 애증의 갈등이 없는 사람들도, 요즘 줄지어 바다로 뛰어들고 있다 어쩐담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우리 누이동생들 (110617)

TV연속극을 보다 - 김수호 (1940~ )

TV연속극을 보다 - 김수호 (1940~ ) 여 / 산과 강, 바다 중에 뭐가 좋아요? 남 / 저는 하늘을 좋아합니다 여 / 왜요? 남 / 아무데서나 볼 수 있으니까요 TV 속 젊은 남녀의 대화는, 동쪽이 어디지요? 서쪽이 저깁니다 동문서답東問西答 얼굴 고치기 바쁜 산과 강, 바다 하늘도 하늘 나름이라 우문愚問에 그럴싸한 우답愚答, 잘난 척하는 여자에 똑똑한 것 표 내는 남자 그 나물에 그 밥 이야깃거리의 필요충분조건 (110306)

순록의 머리엔 - 김수호 (1940~ )

순록의 머리엔 - 김수호 (1940~ ) 툰드라의 여름 모기 피해 모닥불로 모여드는 순록 떼 사람이 피워놓은 죽음의 덫인줄도 모르고, 삶에 지친 몸과 맘 쾌감과 환각의 몽유로 빠져드는 사람들 파멸의 덫인지는 알면서, 중독中毒이란 사슬 경계하라 타일러도 시큰둥 가 봐야 알겠다며 제 구덩이만 서성거리니, 생사도 못 가리는 머리 불나방보다 나을 게 무언가 순록의 머리엔 소담스런 뿔이라도 있지. (110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