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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김수호-창작학습시/김수호♡미발표시 - 2

꺾이고자 피는 꽃이 있더냐 - 김수호 (1940~ )

설지선 2023. 3. 1. 10:04

 

 

꺾이고자 피는 꽃이 있더냐 - 김수호 (1940~ )

 

 

꺾이고자 피는 꽃이 있더냐

열매 맺어 씨 뿌리고자 애쓰는 모습을 보라

샘물도 말려 버린 지난 폭염에도

천지를 휩쓸듯한 비바람에도 견디지 않더냐

더듬는 손길을 가시로 막고

손댈 의지를 아예 악취로 지우거나

꺾을 새도 없이 깜빡 피었다 져 버리는

이러한 안간 모습은 또 어떻고

 

대들지도 않고 우는 소리도 없다고

예쁜 꽃을 꺾어 꽃꽂이를 하면

아무리 곱고 향기로운들 그건 생기가 아니고

생명의 탈을 씌운 주검일 뿐인 걸

반려동물 다루듯 어미 같은 눈빛으로 

살아야 하는 뜻이 뚜렷한 생명

화분에라도 옮겨  심어 주면 안되겠냐

씨를 남기고자 피는 꽃이기에

 

 

(180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