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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김수호-창작학습시/김수호♡미발표시 - 2 153

자격지심自激之心 - 김수호 (1940~ )

자격지심自激之心 - 김수호 (1940~ ) 한참 일할 때 직접 모신 분들 실무 총괄하는 사장 그 위에 조직 대표하는 회장 내 나이 팔순 고개 넘었기에 진즉 그 상사들은 세상을 떴으나 어쩌다 꿈속에서 맞대하니 사장은 입 다물고 찡그린 낯 회장은 여유롭게 웃는 낯 자리 따라 표정도 제각각이라 혹시나 누가 내 꿈꾼다면 어찌 빙긋이 미소짓는 얼굴일까 괜스레 자격지심이 꿈틀대네 (181018)

마음 먹기 달렸다 - 김수호 (1940~ )

마음 먹기 달렸다 - 김수호 (1940~ ) 좋아하는 일만 하고 좋은 것만 갖고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냐 그렇지만 내 뜻과는 달리 싫은 일도 하고 싫은 것도 안고 가는 게 삶이 아니더냐, 그러기에 사람이 짐승과 달리 자유 의지뿐만 아니라 환경 적응의 본능을 타고 나는 것 바로 여기에 인간의 본질이 있다더라 누구나 일해야 먹고 산다 좋건 싫건 자신의 능력과 처지를 생각해라 고시방에 일생 파묻혀도 안될 놈은 안 되는 법 머리 다 크고 사지 멀쩡한 놈이 빈둥대는 것보다 보기 싫은 게 또 있더냐 할 소리가 없어 입만 열면 남 탓뿐 부모 탓, 나라 탓 하지 마라 얼마나 쪼잔스럽냐 전장에 지원 입대하는 청년을 보라 6.25때나 월남전쟁 때 대학 간판 버리고 대물림 환경미화원이 된 청년도 있다 대학 나왔다고 3D..

김장 담그기 - 김수호 (940~ )

김장 담그기 - 김수호 (1940~ ) 김장김치 담글 때 재료인 배추와 양념 재료를 먼저 마련한 뒤 갈고닦은 엄마의 손맛이 뒤따르듯이, 여기에 엿보이는 민주사회의 얼개 하늘이 내린 자유에 사람이 짜낸 평등을 각각 배추와 양념으로 하여 먹고살만 하고 뭘 좀 아는 중산층의 손맛으로 고루 버무리면 될 터, 다만 자유는 경쟁을 낳는 천성 평등은 경쟁을 다루는 지혜로서 배추-천성에 양념-지혜가 독선의 이빨질하면 소태맛-거짓 민주가 되므로 특히 이 점을 경계하며 (151027)

일생일사一生一死 - 김수호 (1940~ )

일생일사一生一死 - 김수호 (1940~ ) 인생 최대의 패배인 죽음 앞에서 누가 인생의 승리를 말하는가 모두 내려놓는 완벽한 패배를 보며 죽은 자의 일생을 요리하는 산 자들의 냉소를 무심할 수 없기에 초라한 뒷모습을 보이기 싫어 심산유곡 또는 외딴섬으로 스미거나 해외로 사라져 버린다 해도 영생하는 죽음이 감추어지던가 죽음의 시차나 견주어 보며 상대적 승리를 잠시 자축할 밖에 영원한 승자도 패자도 없으니 절대 진리인 일생일사의 평등 앞에서 누가 인생의 패배를 말하는가 (170920)

애먼 책상만 놓고 - 김수호 (1940~ )

애먼 책상만 놓고 - 김수호 (1940~ ) 이번 말썽은 초미니스커트구나 여학생의 하의실종 땜에 책상 앞에 가림판을 하느니 마느니 애먼 책상만 놓고 안팎에 웃음거리를 만들다니 대낮에 도깨비가 날지언정 그래도 선도가 우선이 아닌가 안 먹히면 기다릴밖에 장발-미니스커트도 시간이 해결사였지 눈감았다고 윤리가 실신을 하나 어버이 같은 스승일진데 기저기 갈아 주던 부모의 눈에, 어찌 아무나 여자로 보일까 하의 실종은 핑계, 도대체 책상에 콩고물이라도 묻은 거야 (110514)

최소한의 책무 - 김수호 (1940~ )

최소한의 책무 - 김수호 (1940~ ) 얘들아, 너희가 내 눈이 되어 세상을 바라보고 있으면 저 세상이 날 부른들 어찌 바둥대리 너희가 대신 살아가고 있는데 아비는 성인 군자도 아니고 대 잇기에 시비 거는 것도 아니다 그건 너희들 인생 소관일 뿐 억지로 되는 게 아니지 않느냐 다만 내가 허리띠를 조이는 건 받은 만큼 갚아야 하기 때문이란다 이야말로 인류 존속을 위한 기본적인 최소한의 책무이니까 (170614)

개와 사람 - 김수호 (1940~ )

개와 사람 - 김수호 (1940~ ) 가죽점퍼에 고개 처박고 바지 주머니 깊히 양손 지른 채 다가오는 사람 향해 개가 송곳니 내놓고 으르렁대는 건 캄캄한 그 주머니 속 돌맹이가 두려워서겠지만, 붉은 띠 두른 빡빡머리에 몽땅 마스크로 가린 맨얼굴로 거리에 나선 패거리 향해 뭇 사람이 못 본 척 고개 돌리는 건 겉포장한 그 속내 떼법형통만 지겨워서일까. (161014)

한 자리의 두 사람 - 김수호 (1940~ )

한 자리의 두 사람 - 김수호 (1940~ ) 정의와 도덕성을 내건 뒷통이 부패한 앞통에게 날렸던 명패의 부메랑인가 '에라, 바닷물에나 빠져 죽어라 제대로 먹고나 당하지 뭐꼬 쪽팔리게' 비아냥이야 받을 법도 하지만 진짜로 목숨을 끊은 뒷통 '봐라, 너 같이는 안 산다'는 듯이 바다가 아니라 뒷동산 벼랑에서 몸을 날렸네 앞뒤 모두 통깜이 아닌 게 탈인가 '총잡이'와 '빠'를 앞세우고 밀어붙이기와 편가르기로 날새는 줄 몰랐던 이런 난형난제難兄難弟가 또 있을까 두 사람이 한 자리에 어찌 뽑혔건 헛것에 홀려 찍은 순진한 백성들이 한 둘이랴 그 잘라 내버린 손가락을 보려고 요즘도 영도다리엔 구경꾼들이 모이는지 (090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