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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김수호-창작학습시/김수호♡미발표시 - 2 153

백신 부작용 - 김수호 (1940~ )

백신 부작용 - 김수호 (1940~ ) 폭염에 건강 조심하라는 조간 기사 '연일 30도 넘는 불볕더위, 65세이상 뇌졸중 주의보' 란 머릿글에 이어진 간추린 내용인 즉, 무더위에 가장 위험한 그룹 -65세 이상 고령자와 4세 이하 소아 -심장병, 당뇨병, 비만 등 만성질환자 -이뇨제, 혈압약, 정신과 약물 복용자, 70대 산마루를 넘어서는 나이에 뇌졸중 증상으로 혈압약 복용한지도 20년이나 되는 나야말로 꼼짝없이 찍혔다, 이러고도 뭘 믿고 아직까지 유언장을 쓰지 않았는지 또, 그야말로 위기일발의 이 순간에 뭘 믿고 자식들은 문안 전화 한 통이 없는지 이유인즉... 제 인생 제 책임 아이들 머리에 주사한 백신 부작용 (120808)

까탈스런 입맛 - 김수호 (1940~ )

까탈스런 입맛 - 김수호 (1940~ ) 웬 야단들이냐, 배고프다니 먹을 게 없어서가 아니라 입맛에 맞는 게 없어 그렇다? 그럼 제가 직접 만들어 먹든지 입맛에 맞는 것 찾아 주유천하하든지 나라 안팎 가릴 것도 없고 이도 저도 아니면, 급한 대로 손닿는 것으로 빈 배는 채워야쟎겠냐 못 말리는 꼰대라고 비웃더라도 경험 만한 스승 없다 했으니 한마디 하자 이것저것 빼고 가리면서 까탈스런 입맛에 자존심 걸지 말고 제발 수저타령도 이제는 그만! 너나없이 온 나라가 '無수저'로 버텼었다 누렇게 뜬 얼굴에 손가락 빨며 입맛까지 추가할 틈이 어디 있다고. (170511)

틈새 - 김수호 (1940~ )

틈새 - 김수호 (1940~ ) 한 달 가까이 이어지는 불볕 더위로 주 5회 걷기를 잠시 쉬던 참에 이어지는 폭우를 동반한 태풍 경보 뉴스 계속 쉴밖에 별 수가 없지 싶었다 새 주간이 되니 기온만 좀 내렸을 뿐 걷기 운동엔 지장 없을 것 같아 오후에 기회를 보고 걷기 시작한 게 여느 때처럼 연속 닷새를 걸었다 척척박사 일기 예보라 해도 끝없는 하늘 일을 어찌 다 꿸 수 있을까 먹구름도 한가지, 벼르다 보니 낡은 탓인가 찢긴 틈새를 내보였다 (180823)

당부할 게 없다 - 김수호 (1940~ )

당부할 게 없다 - 김수호 (1940~ ) 너희보다 먼저 살아 봐서 세상 물정 좀 안다고 그래도 너희한테 아무런 당부할 게 없다 너나없이 인생길 걸으면서 죄다 보고 느끼고 알았을 테니까, 일자리 만든다고 만만한 공기업에 대고 불호령을 내리니 정화, 생수, 전깃불 담당까지 이름없어 못 늘이는 자리 전산화 시대에 이런 코메디가 또 있더냐 두고두고 너희가 둘러쓸 빚인데, 여기저기 기웃거리지 마라 국민 지갑 털고 회사 등골 빼먹는 것 못 봤니 나라 망하는 길에 제발 네 몸 하나라도 온전한 길로 가거라 이거 하나 빼곤 당부할 게 없다. (181013)

집개 이야기 - 김수호 (1940~ )

집개 이야기 - 김수호 (1940~ ) 세 번 집개를 키워 본 적이 있소 첫 번째 개는 똥개 수놈 두 번째, 세 번째는 진돗개 암놈이었소 똥개는 식색食色에 충실하여 킁킁거리며 밤낮없이 쏘다니는 색골에 소리만 요란했지 물줄은 모르오 임자 만나면 꼬리 내리고 쥐구멍 찾기 바쁘오 그러다 밤손님의 미끼에 낚여 죽었소 제 팔자대로 개죽음이었소 그러나 진돗개는 표 나게 달랐소 뒤창문 뜯고 들어온 밤도둑을 쫓은 일도 있소 일류 집지킴일 뿐만 아니라 주인의 뜻이라면 죽음도 불사하오 요즘 국회의 '회'를 '개'로 바꾸며 비웃소 그게 진돗개란 뜻이면 좀 나을는지 (170613)

돌아온 곳 - 김수호 (1940~ )

돌아온 곳 - 김수호 (1940~ ) 난 늘 돌아갈 꿈을 품고 살았다 고향 섬 제주도! 객지의 연분 반세기를 뒤로하고 드디어 돌아왔다 내 고향으로 내가 태어난 읍내에서 남으로는 맑게 확 트인 백록담을 벗하며 북으로는 수평선의 문안을 즐기던 어린 시절 우리 집 정경이 깃든 그런 집 짓고 죽마지우들과 옛정 나누며 저세상에 여생을 잇대고 싶었다, 그러나 추억의 고향 모습은 어디로 갔나 모두 떠나 버린 일가친척 고집만 튕기는 형제들 세월의 급류에 휘말린 죽마지우들, 게다가 말소리마저 범벅인 세상인심 어쩌다 안방 주인마저 바뀔줄이야 오로지 눈익은 풍경 하나, 비양도! 이곳은 어머님의 마지막 꿈이 내 눈길을 막아서고, 농촌 근대화의 성지, 이시돌 목장! 이 또한 하늘에서 땅속까지 휘어잡은 도야지 본색이 감당 불능이..

산사태 - 김수호 (1940~ )

산사태 - 김수호 (1940~ ) 하늘 아래 젤로 귀해하는 정원을 상처 내며 숨기는 불량 양심에 꼼지락대는 장맛비가 못 마땅했는지 다시 먹구름을 불러드려 산고개를 물고문 빗물통에 몸체 처박고 벌컥벌컥 항아리 배를 만드네. 어,어! 꼭 끼어 타지려는 실밥 한 올 뜯자 퍽 하며 터지는 벌건 속살, 더불어 토해 내는 잡쓰레기 늘 돌아서서 꿍치는 인간은 깨치려나 자해의 고통마저 무릅쓰다니 어찌 말리려나 이 하늘의 노기怒氣를. (140527)

발바닥 간질이며 - 김수호 (1940~ )

발바닥 간질이며 - 김수호 (1940~ ) 중산간의 맑은 샘물이 흘러흘러 아랫동네 논밭 물대기에 큰 몫을 하다 어느 장마철 산사태山沙汰로 꽉 막혀 버린 이 샘물의 물길 떠밀리 듯 바위 틈새로 스며들밖에 깜깜절벽인 땅속을 더듬더듬 가는 곳도 모른 채 마냥 허우적대다 어디쯤인가 빛줄기에 낚여 모래를 떨어내며 솟아오르긴 했지만 참 안됐다, 하필이면 바닷속이냐 헛길에 들었어도 계속 흐를밖에 이제 쓰일 데라곤 단 하나 해수욕 즐기는 개구쟁이들의 발바닥 간질이며 낄낄대는 일뿐이니 아, 만물의 근원이란 구실이여 (200108)

초복初伏날 - 김수호 (1940~ )

초복初伏날 - 김수호 (1940~ ) 장마 말미 모처럼 맑은 날 공원의 노송 밑 벤치에 몇몇 낯익은 아파트 노인들 어깨쭉지 눅눅한 건 마파람 탓이라며 쩝쩝거리고 공원 옆 초등학교 운동장에 왁자지껄 개구쟁이들 더위 구덩이 헤집은 마음은 내 녹슨 여름 방학 종을 울리며 해수욕장을 휘적일 텐데 점심 전에 어김없이 강아지랑 산책하는 금발 아낙네 복날이라고, 아무려면 혼자만 몸보신하러 나갔겠나 하필 오늘 따라 안 보이니 (100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