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노래와 할배 자세히보기

2-8 김수호-창작학습시/김수호♡미발표시 - 2 153

강물과 함께 흐르고 싶건만 - 김수호 (1940~ )

강물과 함께 흐르고 싶건만 - 김수호 (1940~ ) 세월아! 너만 혼자 흐를 수는 없겠냐 수평선에 낙조가 제아무리 미색일망정 서둘러 봐야 못 돌아설 심해에 어찌 막장 떨이로 제 명을 던지겠냐 굽이굽이 돌면서 보洑도 만들어 사람뿐이랴, 뭍이나 물속 생명한테도 쉼터를 마련해 주는 선한 일에 미력이나마 살짝 보태고 싶었는데 끌려 가지 않으려 바둥댄 몸부림에 한참 지체된 깨달음이라니 헛되이 낭비한 땀방울, 그 얼룩이나마 이웃과 나누는 게 도리인 것을 잠시 잠깐 숨을 돌려 쉬면서 가끔은 강물과 함께 흐르고 싶건만 왜 내 허리춤을 부여잡고 있냐 너만 앞설 수는 없겠냐, 세월아! (170726)

무슨 민족끼리 씩이나 - (1940~ )

무슨 민족끼리 씩이나 - 김수호 (1940~ ) 한민족의 본거지 한반도 현재 휴전선 이북은 한민족을 지배하는 핵심이 태양족 광복 후 70여 년 족히 3대를 이어가고 있는 그 김씨왕조 동족상잔의 6.25전쟁을 일으킨 주범이 무슨 민족끼리 씩이나 그들도 한민족이었지만, 이젠 역사도 언어도 전통과 문화도 태양신의 입맛대로 뜯어 고치고 이념, 체제, 사상, 가치가 서로 다르게 이민족화한 원흉인 주제에 우리 민족끼리 수작을 부리다니 피부색과 언어가 같다? 그럼 우리 게르만민족끼리 우리 유대민족끼리 우리 앵글로-색슨민족끼리 우리 라틴민족끼리... 세상이 몽땅 헤쳐 모여야 한다는 거냐 색 바랜 종족주의를 흔들며 무슨 민족끼리 씩이나 이웃이 싫으면 안 보면 그만 정녕 한 지붕 아래 식구는 내몰라라 할 수야 없다 한들,..

룡龍이와 랑郞이네 이야기 - 김수호 (1940~ )

룡龍이와 랑郞이네 이야기 - 김수호 (1940~ ) 룡이와 랑이는 사촌지간이요 그러니까 아버지끼리는 친형제지요 룡이의 아버지가 형이고 두 형제 아래로 룡이 보다 기껏 5살 많은 늦둥이 막내 삼촌이 있소 룡이와 랑이는 같은 중학교 동급생으로 쌍둥이처럼 늘 붙어다녔소 룡이와 랑이의 할아버지가 돌발 사고로 세상 뜨자 할머니는 그 충격으로 반신불수가 되었소 그 와중에도 노친네 걱정은 오로지 늦둥이 막내 삼촌뿐이었소 할머니는 장남인 룡이 아비에게 막내의 학업과 취직 등을 돌봐주는 조건으로 막내 몫의 땅을 주었소. 그러나 위함 받으며 자란 큰아들이 못 미더워 둘째인 랑이 아비에게 따로 뒷일을 챙겨보라 하고 세상 버렸소 룡이 아버지는 유지를 뭉개고 뒤탈을 예견한 듯 서둘러 장손인 룡이로 그 땅의 이전등기를 마쳤소 뒤..

백수한다는 것 - 김수호 (1940~ )

백수한다는 것 - 김수호 (1940~ ) '백수 하시겠습니다' 걷기 운동 중에 우연히 마주친 후배가 건네는 인사말 덕담으로 축복 받고도 잠시 얼떨떨한 건 어찌 나이 탓만이라 하리 오래 사는 것도 삶 나름 세월만 죽이며 살고도 장수만 하면 땡이란 뜻은 아닐 터라 사는 동안 제 할 몫을 알고 알차게 살아야 했거늘 순간 머리를 덮치는 회한의 안개 (180927)

비싸면 안 먹으면 된다 - 김수호 (1940~ )

비싸면 안 먹으면 된다 - 김수호 (1940~) 걷기 운동 중에 아내의 한마디 오일장에도 부로콜리 값이 세 배나 뛰었다며 이어지는 시국 강연 지금은 과체중-과영양 시대 여태껏 온몸에 비축한 영양이면 한 달은 더 버틸 수 있다 그러하니 비싸면 안 먹으면 된다 얼씨구, 연설 끝나기 바쁘게 잰걸음으로 날 잦히고 앞서 간다 여성 대통령 후보 지원 유세가 있었단다, 그 오일장에서 (121208)

효과 보증 - 김수호 (1940~ )

효과 보증 - 김수호 (1940~ ) 부부가 걷기 운동 한 게 30년이 다 돼 가는군 나란히 걸으며 이런저런 얘기도 나누고 오가는 사람 구경에 철 따라 꽃 구경도 하면서 새소리도 즐기지만 운동 효과를 여과 없이 보증하는 큰소리 '꺼억' 토하는 위장포뿐인가 '뿌웅' 터지는 항문포 그때마다 누구 없나 힐끗힐끗 뒤돌아보던 아내가 이젠 고개가 곳곳하네 (23-09-23)

내가 되묻는다 - 김수호 (1940~ )

내가 되묻는다 - 김수호 (1940~ ) 형제나 진배없는 친구가 머뭇머뭇 입을 연다 부모가 대준 학비로 공부 마친 뒤 어미가 취직 시켜 아우는 밥시중들게 하고 아비가 짝 찾아 줘 결혼까지 했으면서 외아들인 아비 세상 뜨자, 제 새끼 먼저 챙기느라 홀어미며 어린 아우들은 뒷전일 뿐이고, 조부모 집 밭 팔아 제 집 마련하고 일제 장사 치맛자락에 말려 덮어쓴 게 얼마인지 아비가 평생 일군 가업마저 아작내더니 건넛섬 바닥까지 개같이 핥으며 어미가 생전에 챙기던 막내 몫도 가로채고, 아비 등뒤에 숨어 총 한 번 만진 적 없이 고관급 연금으로 나랏돈 축내면서 아비의 항일 후유증에 서른 해 넘게 빨대 꽂은 채 집안엔 흙 한줌 보탠 것 없는 화상이 따지는 아우한테 의절하자, 배 째라 하니... 내게 그 친구가 묻는다,..

젊은 땐 없던 병 - 김수호 (1940~ )

젊은 땐 없던 병 - 김수호 (1940~ ) 두 모녀가 공원 정자에 앉아 사이좋게 군것질을 한다 며칠 똑같은 그림이 거듭되니 집에선 며느리나 손주 눈치 때문일까 이건 집안의 병인 듯싶다고 제나름 머리 굴리며 걷다, 문득 남의 집안일까지 파고들다니 알지도 못하면서, 괜스레 별 쓸데 없는 걱정을 다 하는 이건 젊은 땐 없던 병이 아닌가! (180823)

휜 허리 아비들 - 김수호 (1940~ )

휜 허리 아비들 - 김수호 (1940~ ) 꽉찬 곳간 물려받은 아비가 폼 잡느라 다 뿌리고 빈 껍데기만 자식한테 물려주고 독촉장, 소환장이 수북한 우체통을 걱정하지 않는다면 그게 아비냐 탈바가지냐 나라 곳간 똑바로 간수하거라 밤새에도 뻥 뚤리는 걸 여러 해 넘기기가 그리 쉽겠느냐 열쇠 쥔 허수아비 하나 땜에 한 동네 살았단 죄로 휜 허리 아비들 모개로 넘어갈라 (171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