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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김수호-창작학습시/김수호♡미발표시 - 2 153

성패의 갈림길 - 김수호 (1940~ )

성패의 갈림길 - 김수호 (1940~ ) '넌 꼭 성공할 거야 넌 하나밖에 모르는 외골수 한 번 맘먹으면 끝장을 보니까' 라고 칭찬인지 비아냥인지 아리송한 말로 배채운다, 그래서 무엇이든 하나는 꼭 이룬다 '넌 못하는 게 없어 넌 다재다능한 팔방미인 하기만 하면 뭐든지 잘 하니까' 라고 보약인지 독약인지 달짜근한 말로 어른다, 그래서 이것저것 시간만 죽인다 (180309)

어느 해 추석 연휴 - 김수호 (1940~ )

어느 해 추석 연휴 - 김수호 (1940~ ) 추석 전날이 주일 성당에서 아침 미사 때 조상의 영원한 안식을 빌고 추석날 아침엔 집에서 아내와 단둘이 가족을 위해 TV 미사를 올렸다 추석날 저녁엔 달 보며 내 소원도 빌어 보려다 미룬다 온 국민의 성화 탓에 달에 얼룩이 짙어질까 봐 추석 다음 날 저녁 보름달도 한숨 돌렸겠지 싶어 올린 기도가 우리 식구의 평안이었다 나라 걱정은 달 너머로 밀리고 (180925)

수오지심羞惡之心 - 김수호 (1940~ )

수오지심羞惡之心 - 김수호 (1940~ ) 이 아파트에 이사온지도 12년 그동안 세상 곤두박질에도 아랑곳 없이 이웃 애들은 대밭에 죽순 자라듯 길에서 만나면 몰라보게 어른이 다 되었소 머잖아 얘들이 나라의 주인으로서 안팎을 누비며 나라 이끌 선봉이 되고 부모를 부양할 터, 천륜이니까요 그러나 애들이 자라 어른이 될 때 부모가 조상의 유산마저 몽땅 써버리고 그것도 모자라 빚까지 남긴다면 이게 개 돼지가 아니고 무엇이겠소! 표에 미쳐 곶감 빼먹듯 해치우는 정치인들 부끄럼은 아는지 염치는 있는지 영 마음에 안 드오, 벌레 씹은 기분이요 (180521)

자존감自尊感 - 김수호 (1940~ )

자존감自尊感 - 김수호 (1940~ ) 숨기는 곳을 사람도 다 아는데 도토리를 감추는 다람쥐 그 잎사귀 밑, 나무 구멍 고집하는 건 그래야 다람쥐이기 때문이듯 글자판 없이 휑한 시계가 기계라기보다 시계이고 백사장에 완전 발가벗은 나체족도 짐승이라기보다 사람이듯 이웃이 훤히 눈치채고 있더라도 말못할 사연 보듬고 사는 이 결코 제 입으로 터뜨리지 못하는 건 그래야 사람이기 때문일 터 (170221)

나도 상이용사 - 김수호 (1940~ )

나도 상이용사 - 김수호 (1940~ ) 4강전에서 기권패한 테니스 영웅처럼 내 발바닥에도 물집으로 생긴 상처가 있소 전방 훈련사단의 기동훈련 때 농든 발바닥을 대충 수술한 후유증이요 대대 의무실에서 마취는커녕 토막사 한가운데 기둥에 붙잡아 세우더니 알코올 램프에 그을은 매스로 돼지 족발 다루듯 쓱 그었소, 으악! 비명 터지며 황토 바닥에 털석, 수술 자리에 다섯개 거즈 심지를 박은 채 졸개 등에 업혀 다니며 치료 받았소 그 발바닥의 엄지와 중지 사이 상처 둘레로 머리띠처럼 자라나는 평생 한몸 된 발바닥 구덕살 그 의붓 살붙이는 손톱깍기로 뜯어내오 수학여행 중에 다친 것도 돈벌이나 취미로 운동하다 얻은 것도 데모하다 터진 것도 아니고 신성한 국방 의무 수행하다 생긴 상처가 여든 넘도록 괴롭힐 줄이야, 그..

매실주를 담그며 - 김수호 (1940~

매실주를 담그며 - 김수호 (1940~ ) 경조사에 주고받는 부조금처럼 빈말로 인사 받았다고 전화로 인사 받았다고 그만큼만 되갚는 세상인심일지언정, 나 홀로 밤길 더듬거릴 때 말없이 손이라도 잡아 끌면서 잠시 등 대고 쉬게 해 준 그 믿음의 온기를 마음속에 되지피며, 고급 술에야 어찌 비길까마는 알알이 감사를 곰삭힌 정성의 진국을 짬짬이 권하고플 뿐이지. 새삼 술이 그리워서가 아니라네. (181003)

악연惡緣의 보상 - 김수호 (1940~ )

악연惡緣의 보상 - 김수호 (1940~ ) 열네 살의 소년과 열두 살의 소녀는 제주북초교의 선후배로 양가 어른들이 맺어 준 정혼자 고보에 진학한 소년 고녀로 뒤따라 간 소녀 4학년 때 중학생은 축구선수이자 성진회에 이어 독서회의 간부 학생항일운동 주동자로 1년 6월 징역형 2학년 때 여중생은 약혼자 옥바라지하다 퇴학 도쿄의 미션 스쿨에서 순정의 면학 출소 후 결혼하여 고향 제주에 은신한 캥거루족 부부 13년 차에 맞은 광복에 새 삶 개척과 자녀 교육을 위해 선택한 해방 당년의 첫무대 오, 그곳이 다시 광주光州! 부부의 첫사랑을 꽃피운 에덴동산이었으되 학업줄을 끊은 비정의 도시 그 뒤안에 누인 두 자식의 주검 6.25가 까부순 사업 기반 남은 건 아비의 해방 후 졸업장 한 장뿐 자식들 꿈마저 박살난 정녕 ..

상처 치유법 - 김수호 (1940~ )

상처 치유법 - 김수호 (1940~ ) 허멀 딱지를 떼어 내지 마라 자꾸 도지며 커지니까 스스로 떨어질 때까지 기다리는 게 내력 있는 치료법이 아니냐 그래도 차도가 없을 때는 상태에 따라 다른 방법을 찾아야지 신약도 개발되고 의술도 업그레이드 되니까 마음의 상처라고 다를까 나라의 흠집도 마찬가지 나라 세운 지 백 년이 지났냐 이백 년이 흘렀냐 스스로 못 지킨 역사는 부끄러워하며 분발할 일이지 그런 전철 밟지 않도록 무슨 자랑꺼리냐 내놓고 들쑤시게 동족상잔의 싸움판을 벌여 나라를 잿더미로 만든 북한 공산집단의 만행을 극복하고 이 버젓한 나라 세운 걸 감사하며 살아야 할 것이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너희의 조부모와 부모 양대가 피땀으로 일군 전설이다 세계 10대 경제대국에서 호의호식에 누릴 것 다 누렸으면 너..

깨어진 바윗돌 - 김수호 (1940~ )

깨어진 바윗돌 - 김수호 (1940~ ) 제값을 받지 못하는 금이 간 원석처럼 깨어진 바윗돌이 어찌 정원의 호사를 탐할까 화장 벗긴 민얼굴 삶에 짓눌리며 용쓴 상처가 따가운 햇볕에 우물처럼 타 들어갈 뿐 더는 감출 게 없어 나뒹굴다 거듭 토닥토닥 다듬어 풍우 설한의 방패가 된들 누굴 탓할 일이야 아닐망정 버려지는 허망에다 깨어져 눌리는 신음 소리로 마디마디 묶어세운다 난공불락의 성채를 (110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