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연惡緣의 보상 - 김수호 (1940~ )
열네 살의 소년과
열두 살의 소녀는
제주북초교의 선후배로
양가 어른들이 맺어 준 정혼자
고보에 진학한 소년
고녀로 뒤따라 간 소녀
4학년 때 중학생은
축구선수이자
성진회에 이어 독서회의 간부
학생항일운동 주동자로 1년 6월 징역형
2학년 때 여중생은
약혼자 옥바라지하다 퇴학
도쿄의 미션 스쿨에서 순정의 면학
출소 후 결혼하여
고향 제주에 은신한 캥거루족 부부
13년 차에 맞은 광복에
새 삶 개척과
자녀 교육을 위해 선택한
해방 당년의 첫무대
오, 그곳이 다시 광주光州!
부부의 첫사랑을 꽃피운
에덴동산이었으되
학업줄을 끊은 비정의 도시
그 뒤안에 누인 두 자식의 주검
6.25가 까부순 사업 기반
남은 건 아비의 해방 후 졸업장 한 장뿐
자식들 꿈마저 박살난
정녕 악연의 땅이였는가!
광주에게 원망한다
왜 건건이 어깃장만 놓았느냐고
대한민국이 대신 응답한다
명예와 보상의 열매로
건국훈장 애족장이 추서 된
48세로 단명한 아비는
첫사랑과 함께 대전현충원에 영면
아, 광주는 늦된 뿌리였느니
(17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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