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상이용사 - 김수호 (1940~ )
4강전에서 기권패한 테니스 영웅처럼
내 발바닥에도 물집으로 생긴 상처가 있소
전방 훈련사단의 기동훈련 때
농든 발바닥을 대충 수술한 후유증이요
대대 의무실에서 마취는커녕
토막사 한가운데 기둥에 붙잡아 세우더니
알코올 램프에 그을은 매스로
돼지 족발 다루듯 쓱 그었소, 으악!
비명 터지며 황토 바닥에 털석,
수술 자리에 다섯개 거즈 심지를 박은 채
졸개 등에 업혀 다니며 치료 받았소
그 발바닥의 엄지와 중지 사이
상처 둘레로 머리띠처럼 자라나는
평생 한몸 된 발바닥 구덕살
그 의붓 살붙이는 손톱깍기로 뜯어내오
수학여행 중에 다친 것도
돈벌이나 취미로 운동하다 얻은 것도
데모하다 터진 것도 아니고
신성한 국방 의무 수행하다 생긴 상처가
여든 넘도록 괴롭힐 줄이야, 그 덕에
사단 대항 훈련엔 열외로 휴가는 받았소만
그게 전부? 더 주는 거 없냐고요?
쌔고 쌘 훈장이나 보상금 같은 거
들이대야 뭐가 되도 되는 세상인심이라
때맞추어 발바닥 뒤집고
단독 발바닥 긁기 쇼라도 벌일밖에
(18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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