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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김수호-창작학습시/김수호♡미발표시 - 2 153

삶의 전범典範 - 김수호 (1940~ )

삶의 전범典範 - 김수호 (1940~ ) 시험답안지의 정답엔 맞는 것만 찾으라 하지 않고 틀린 것도 찾으라 하네 정답을 따르는 것만큼 오답을 피하는 것도 중요하지 반면교사도 교사이듯 삶의 길이 포장도로만인가 비포장길투성인지라, 당연히 장애물 피할 줄도 알아야 특히, 삶의 전범에 실린 다행감으로 꾀어내는 실패담이 무개념을 다독일 수 있음도... (180315)

나도 어쩔 수 없었습니다 - 김수호 (1940~ )

나도 어쩔 수 없었습니다 - 김수호 (1940~ ) 내가 땀 흘려 농사지은 쌀을 나라에서 공출해 가더니 그게 왜놈 군대의 군량미가 되고 빼앗아 간 놋그릇 제기는 전쟁판의 총탄으로 둔갑하고 소나무를 잘라 짜내는 피같은 송진을 전투기의 기름으로 쓰는 걸 나도 어쩔 수 없었습니다 이웃의 큰놈은 병정으로 끌려가 '덴노 헤카 반자이' 외치며 전사했고 건너 마을 딸부자 둘째는 왜놈 군 위안부로 몸 시주 당하고 인기 가수는 왜놈 군가 음반 내는 걸 나도 어쩔 수 없었습니다 누군들 밥 굶고 살 재간 있나요 일본말 쓰며 선생이나 면서기를 하더라도 식솔들 밥은 먹여야지요. 임금이 어벙하여 나라를 잃은 탓에 순박하고 말 잘 듣는 백성들이 졸지에 친일파로 낙인 찍히는 걸 나도 어쩔 수 없었습니다 내 자식도 창씨개명 하고서 조..

이념 애꾸 - 김수호 (1940~ )

이념 애꾸 - 김수호 (1940~ ) 세계 10위의 국력 자랑스럽다 이승만의 방향키 자유민주주의 박정희의 추진 동력 시장경제 북한에 체제경쟁 선언, 그리고 압승 이보다 확실한 판세가 어디 있나! 주사파는 졸업 후 뭘 더 배웠나 학생 때 얻어 들은 이념 애꾸의 동문 그 설레발 때문에 창피스럽다 동문 안 하고 싶겠다 (23-06-15)

반항기 - 김수호 (1940~ )

반항기 - 김수호 (1940~ ) 스산한 초가을 한밤중에 철썩대는 파도 뭉개며 달립니다 서부두 방파제를 트랙 삼아 그 끝머리 등대에 기대서서 파도 끝자락 잡고 웁니다 더는 적실 가슴이 없을 때까지 주린 목숨 걸고 되돌아오지만 아버지 같이 믿었던 형은 없습니다 출발점인 방파제 초입에는 기껏 방파제 끝 등대밖에 모르는 몸뚱이만 자란 애 때문에 엄마만 떨며 울고 있습니다 (170602)

꿍꿍이속 - 김수호 (1940~)

꿍꿍이속 - 김수호 (1940~ ) 한반도를 관통하는 태풍 제주도를 지나며 힐끔 뒤돌아보는 솔릭*(족장) 일본 쪽에서 뒤따라오는 시마론**(황소)을 보고 무슨 꿍꿍이속인지 한눈팔다 미끌, 냉탕 바닷물에 빠져 혈기 잃고 오들오들 바닷고기의 해장감이 되네 제 갈길이나 갈 일이지 황소가 탐이 났나 괜스레 뒤는 돌아봐 갖고 * 미크로네시아 전설 속의 족장 ** 필립핀의 황소 (180823)

단풍과 낙엽 - 김수호 (1940~ )

단풍과 낙엽 - 김수호 매달린 건 단풍 떨어지면 낙엽 가을 하늘이 맑고 높게 이어지면 숱한 눈동자 속에 단풍은 노주빨로 불타지만 얼마를 더 버틸는지 제집에 매달려 있을 때 그나마 존재의 의미가 빛날 뿐 떨어지는 순간 이내 귀찮은 쓰레기 신세 당장은 낙엽이야 외롭겠지만 어차피 시간 문제 한 오리 찬바람이면 끝장날 터 떨어지는 곳이 모두의 종점 아닌가 단풍이 떨어져 낙엽이 되니까 (171128)

해충 - 김수호 (1940~ )

해충 - 김수호 (1940~ ) 성당이라고 모기가 없을까 미사 중에도 신심 모임 중에도 찰싹! 보이는 족족 가차없이 압살 신비의 존재이기는 매한가지지만 사람에겐 해충일 뿐이니까. 세계 곳곳에서 별별 사람이 다 몰려드는 나라에 총기 소유가 불가능했다면, 전범국 머리에 원자탄을 떨굴 수 없었다면, 어찌 그 나라가 지탱되며 세계 경찰의 몫을 감당 했을까. 안팎의 해충 인간 떼로부터 제대로 나라와 국민 지키려면, 먼저 없어서는 안될 희생 제물로 하늘이 그런 해충을 만들었다는 믿음을 지녀야 하리, 본연의 인류가 존속하게끔. (160930)

늙은 코흘리개 - 김수호 (1940~ )

늙은 코흘리개 - 김수호 (1940~ ) 고효순 요안나, 우리 6남매의 어머니 아버지와 사별 후 53년 어머님의 별세 후 24년 못난 자손들을 위하여 볼모가 된 채 가족묘지의 모퉁이에 외로이 계시다, 드디어 아버지가 마련한 큰 집으로 옮기시네 오늘은 5.18 기념일, 광주는 학생항일운동에 부모님의 족적이 숨쉬는 곳 따뜻한 봄볕의 축하를 흠뻑 받으며 국립대전현충원의 아버지 유택에 놓인 어머님 영정 해묵은 그늘을 벗고 환하게 미소짓는 듯 그 모습이 너무나 곱고도 평온하구나 살아생전 불효에 용서를 빌며 남기신 뜻과 말씀의 다짐도 깡그리 잊은 채, 나는 피난 시절 양식 챙겨온 엄마를 맞는 듯 아버지와 재회하는 부활의 신비를 보는 듯 그저 기쁨에 들떠 훌쩍대네 일흔 넘은 늙은 코흘리개가 되어 (110519)

현동玄冬의 노래 - 김수호 (1940~ )

현동玄冬의 노래 - 김수호 (1940~ ) 나 또한 봄엔 얼마나 아름다운 꽃이냐며 청춘을 노래했소 여름엔 뙤약볕을 되레 고마워하며 산이며 바다를 찾았소 가을엔 풍성한 열매는 당연하다며 낙엽 길을 거닐었소 겨울엔 찬바람이 상처를 일깨우고 흰눈이 쓰라림을 덮어도 삶의 찬미를 뿜는 한소리에 아쉬움이 덮히지 않도록 새봄에게 다 맡기고 돌아서오 너 현동의 너그러움이여 그 자유의 쓸쓸함이여 (1808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