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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코흘리개 - 김수호 (1940~ )
고효순 요안나, 우리 6남매의 어머니
아버지와 사별 후 53년
어머님의 별세 후 24년
못난 자손들을 위하여 볼모가 된 채
가족묘지의 모퉁이에 외로이 계시다, 드디어
아버지가 마련한 큰 집으로 옮기시네
오늘은 5.18 기념일, 광주는
학생항일운동에 부모님의 족적이 숨쉬는 곳
따뜻한 봄볕의 축하를 흠뻑 받으며
국립대전현충원의 아버지 유택에 놓인 어머님 영정
해묵은 그늘을 벗고 환하게 미소짓는 듯
그 모습이 너무나 곱고도 평온하구나
살아생전 불효에 용서를 빌며
남기신 뜻과 말씀의 다짐도 깡그리 잊은 채, 나는
피난 시절 양식 챙겨온 엄마를 맞는 듯
아버지와 재회하는 부활의 신비를 보는 듯
그저 기쁨에 들떠 훌쩍대네
일흔 넘은 늙은 코흘리개가 되어
(11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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