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노래와 할배 자세히보기

2-8 김수호-창작학습시/김수호♡미발표시 - 2

발바닥 간질이며 - 김수호 (1940~ )

설지선 2023. 7. 13. 10:22

 

 

발바닥 간질이며 - 김수호 (1940~ )

 

 

중산간의 맑은 샘물이 흘러흘러

아랫동네 논밭 물대기에 큰 몫을 하다

어느 장마철 산사태山沙汰

꽉 막혀 버린 이 샘물의 물길

떠밀리 듯 바위 틈새로 스며들밖에

 

깜깜절벽인 땅속을 더듬더듬

가는 곳도 모른 채 마냥 허우적대다

어디쯤인가 빛줄기에 낚여

모래를 떨어내며 솟아오르긴 했지만

참 안됐다, 하필이면 바닷속이냐

 

헛길에 들었어도 계속 흐를밖에

이제 쓰일 데라곤 단 하나

해수욕 즐기는 개구쟁이들의

발바닥 간질이며 낄낄대는 일뿐이니

아, 만물의 근원이란 구실이여

 

 

(200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