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바닥 간질이며 - 김수호 (1940~ )
중산간의 맑은 샘물이 흘러흘러
아랫동네 논밭 물대기에 큰 몫을 하다
어느 장마철 산사태山沙汰로
꽉 막혀 버린 이 샘물의 물길
떠밀리 듯 바위 틈새로 스며들밖에
깜깜절벽인 땅속을 더듬더듬
가는 곳도 모른 채 마냥 허우적대다
어디쯤인가 빛줄기에 낚여
모래를 떨어내며 솟아오르긴 했지만
참 안됐다, 하필이면 바닷속이냐
헛길에 들었어도 계속 흐를밖에
이제 쓰일 데라곤 단 하나
해수욕 즐기는 개구쟁이들의
발바닥 간질이며 낄낄대는 일뿐이니
아, 만물의 근원이란 구실이여
(20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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