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노래와 할배 자세히보기

2-8 김수호-창작학습시/김수호♡미발표시 - 2

백일홍나무 3 - 김수호 (1940~ )

설지선 2023. 6. 22. 10:16

 

 

백일홍나무 3 - 김수호 (1940~ )

 

 

삐르르 종달새의 신호 따라

일제히 끝가지 향해 내닫는 봄꽃 경주에

임자 모습이 보이지 않은 것은

꼬부랑 몰골이 남세스럽기 때문인가

 

울긋불긋 봄꽃 레이서들은 진즉

내년 기약하며 꽃잔치 한마당을 떠났는걸

장맛비 지나도록 처지다니, 혹시

반 걸음은 되밀리는 흙탕길 탓인가

 

상기된 얼굴로 트로피 받쳐 들던 

챔피언도 색바래기 시간은 못 피하지만

땡볕이 한여름을 태울 즈음

텅빈 스타디움에 홀로 기어들다니

 

숨 돌리며 추억 쌓기도 잠시, 이내

소슬바람 호각에 꽃잎 털며 돌아서는 뒷모습

신선인들 어찌 박수를 아꼈을꼬

자신과 싸워 세상 넘은 노장의 투혼이여

 

 

(1108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