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랑스러웠으면 좋겠다 - 김수호 (1940~ ) 권력과 명예를 위해 한판을 겨룬다, 바로 코앞이다 아무도 제 할일만 내걸고 돈은 말하지 않지만 명예는 권력과 돈이 야합한 서자일 뿐 대개 부끄러운 알몸을 뻔뻔하게 시장 바닥에 내던진다 반세기만에 고향에서 맞는 첫 지방선거 육지보다 셋을 덜 뽑는데도 다섯을 찍어야 한다니 주머니 수북한 명함이며 휴대폰엔 줄불난 문자 길목마다 후보 따라 유니폼에 로고송이 신나게 흔들거린다 무슨 살 판인지 옛날 지워진 모습이 낯설기만 하다 그래도 제발, 사람은 잘 뽑았으면 좋겠다 양다리 걸치다 제 갈 길 잃고 어정거리더니 토종이 대가 세다고 외래종 돈 냄새를 향기라며 시침 떼더라 유효기간도 몰라 폐종만 추려 외톨이가 되면서 그 귀한 여의도 머릿돌감 뭉개버린 건 코미디가 아까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