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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김수호-창작학습시/김수호♡미발표시 - 2

자랑스러웠으면 좋겠다 - 김수호 (1940~ )

설지선 2023. 1. 10. 11:10

자랑스러웠으면 좋겠다 - 김수호 (1940~ )

 

 

권력과 명예를 위해 한판을 겨룬다, 바로 코앞이다

아무도 제 할일만 내걸고 돈은 말하지 않지만

명예는 권력과 돈이 야합한 서자일 뿐

대개 부끄러운 알몸을 뻔뻔하게 시장 바닥에 내던진다

 

반세기만에 고향에서 맞는 첫 지방선거

육지보다 셋을 덜 뽑는데도 다섯을 찍어야 한다니

주머니 수북한 명함이며 휴대폰엔 줄불난 문자

길목마다 후보 따라 유니폼에 로고송이 신나게 흔들거린다

무슨 살 판인지 옛날 지워진 모습이 낯설기만 하다

 

그래도 제발, 사람은 잘 뽑았으면 좋겠다

양다리 걸치다 제 갈 길 잃고 어정거리더니

토종이 대가 세다고 외래종 돈 냄새를 향기라며 시침 떼더라

유효기간도 몰라 폐종만 추려 외톨이가 되면서

그 귀한 여의도 머릿돌감 뭉개버린 건 코미디가 아까웠다

 

제발 '네가 고향에 해준 게 뭐냐'며 몽니 부리지 말고

*식게명질에 *괸당 타령도 이제는 그만

우물 안 개구리 잘났다 개기지 말았으면, 세계가 한집인 걸

이번엔 꼭, 자랑스러웠으면 좋겠다, 내 고향 제주도여!

 

(100528)

 

* 식게명질/ 제사와 명절의 제주도 사투리

* 괸당/ 일가친척의 제주도 사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