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랑스러웠으면 좋겠다 - 김수호 (1940~ )
권력과 명예를 위해 한판을 겨룬다, 바로 코앞이다
아무도 제 할일만 내걸고 돈은 말하지 않지만
명예는 권력과 돈이 야합한 서자일 뿐
대개 부끄러운 알몸을 뻔뻔하게 시장 바닥에 내던진다
반세기만에 고향에서 맞는 첫 지방선거
육지보다 셋을 덜 뽑는데도 다섯을 찍어야 한다니
주머니 수북한 명함이며 휴대폰엔 줄불난 문자
길목마다 후보 따라 유니폼에 로고송이 신나게 흔들거린다
무슨 살 판인지 옛날 지워진 모습이 낯설기만 하다
그래도 제발, 사람은 잘 뽑았으면 좋겠다
양다리 걸치다 제 갈 길 잃고 어정거리더니
토종이 대가 세다고 외래종 돈 냄새를 향기라며 시침 떼더라
유효기간도 몰라 폐종만 추려 외톨이가 되면서
그 귀한 여의도 머릿돌감 뭉개버린 건 코미디가 아까웠다
제발 '네가 고향에 해준 게 뭐냐'며 몽니 부리지 말고
*식게명질에 *괸당 타령도 이제는 그만
우물 안 개구리 잘났다 개기지 말았으면, 세계가 한집인 걸
이번엔 꼭, 자랑스러웠으면 좋겠다, 내 고향 제주도여!
(100528)
* 식게명질/ 제사와 명절의 제주도 사투리
* 괸당/ 일가친척의 제주도 사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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