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 덮인 산책길 - 김수호 (1940~ ) 진 갈색 한 빛깔뿐이면 수채화 화폭이 아니면 바삭바삭 박자 맞춰 주지 않으면 낙엽 덮인 산책길이 얼마나 지루하고 초라할까 노랑부터 주황으로 빨강에서 주홍까지, 거기에 억지로 흔들어 떨어뜨린 푸른 잎이 간간이 섞이며 도는 생기 바가지 쓰고 쌩쌩 달리는 타이어 때묻은 자전거 전용도로에 휩쓸리는 휴지쪽이 무슨 콧노래를 불러내던가 빈 가지 틈새로 손 뻗고 햇빛이 그리는 수채화를 내려보며 어울려 숨쉬노라면 가을의 굽은 어깨 너머 겨울이 찡하게 코끝을 찌른다. (23-1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