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물과 함께 흐르고 싶건만 - 김수호 (1940~ ) 세월아! 너만 혼자 흐를 수는 없겠냐 수평선에 낙조가 제아무리 미색일망정 서둘러 봐야 못 돌아설 심해에 어찌 막장 떨이로 제 명을 던지겠냐 굽이굽이 돌면서 보洑도 만들어 사람뿐이랴, 뭍이나 물속 생명한테도 쉼터를 마련해 주는 선한 일에 미력이나마 살짝 보태고 싶었는데 끌려 가지 않으려 바둥댄 몸부림에 한참 지체된 깨달음이라니 헛되이 낭비한 땀방울, 그 얼룩이나마 이웃과 나누는 게 도리인 것을 잠시 잠깐 숨을 돌려 쉬면서 가끔은 강물과 함께 흐르고 싶건만 왜 내 허리춤을 부여잡고 있냐 너만 앞설 수는 없겠냐, 세월아! (170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