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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김수호-창작학습시/김수호♡미발표시 - 2

K-웨스턴 / 권총 이야기 - 김수호 (1940~ )

설지선 2023. 10. 24. 11:18

 

 

K-웨스턴 / 권총 이야기 - 김수호 (1940~ )

 

 

태평양 전쟁과 6.25동란을

겪으며 자란 어린 시절

가장 즐기는 놀이는 당연히 전쟁놀이었소

아이들이 가장 소망하던 무기는

대장만이 허리에 차는 권총이구요

크기야  손바닥만 해도

누구든 한 방에 보내 버리니까요

 

처음 가까이서 권총을 본 게

해방 이듬해 국민학교 1학년 때였소

구시렁대는 소리에 눈을 뜨니

아빠가 육혈포를 손에 쥐고 있었소

깜짝 놀라 일어나 앉자

소문 나면 다 죽는다며 입단속을 시켰소

그럴만 하지 제 나름 이해했소

아빠가 항일 운동으로 옥고 치르고 

늘 일경 감시하에 살았으니까요

해방 이후 세상이 어수선하다 느꼈기에

입술 깨물며 무사히 넘겼소마는

'우리 아빠는 권총도 있다' 

애들한테 자랑을 못해 죽을 뻔 했소

 

혼란기에 극성스럽던 밤손님은

경비대 5사단의 조 준위한테

이층 방을 내주자 잠잠해졌소, 그런데...

6.25가 나던 해 연초였소

지급 받은 권총을 자랑하고 싶었나

식구가 모인 방에 들고 왔소

탄창을 뽑고나서 괜찮다며 날 겨누고

'손들어!'... 이어서 방아쇠를 당겼소

하늘 향하며, 그 순간

'빵'... 억, 천정에 탄알 구멍!

약실에 탄환이 남아 있었다니...

요번엔 오발탄에 진짜로 갈 뻔 했소

 

그후 꿈인 듯 흐른 70여개 성상

나라와 사회도 엄청 발전했소, 그러나

분단 극복과 국력 배양의 그늘에 

우글거리는 타성화된 폐습

이 기생충 박멸이 과제로 남겨졌소

답은 권총만 소지를 허용하여

벌이는 정정당당한 'K-웨스턴'의 연출!

'전국민의 권총 무장화'야말로 

북핵도 압도할 국방의 완결판이요

안으론 사회 기강의 첨병으로

자유와 책임을 어깨동무로 묶을 밧줄이요

법보다 사이드 백이 가까워

죽어봐야 아는 허세도 빠이빠이요

 

자랑 못해 죽을 뻔하며 묻어 둔

아빠 권총은 '리볼버'

진짜로 갈 뻔한 조 준위 권총은 '콜트 엠'

다 풀어 놓으니 허리는 가뿐하오만

전쟁 터지자 바로 출동한 

그 조 아저씨(마산 출신)는 소식이 없소

혹시 전사?...코끝이 찡한

괜한 상념도 오발탄이면 좋겠소만

 

 

(23-1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