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웨스턴 / 권총 이야기 - 김수호 (1940~ )
태평양 전쟁과 6.25동란을
겪으며 자란 어린 시절
가장 즐기는 놀이는 당연히 전쟁놀이었소
아이들이 가장 소망하던 무기는
대장만이 허리에 차는 권총이구요
크기야 손바닥만 해도
누구든 한 방에 보내 버리니까요
처음 가까이서 권총을 본 게
해방 이듬해 국민학교 1학년 때였소
구시렁대는 소리에 눈을 뜨니
아빠가 육혈포를 손에 쥐고 있었소
깜짝 놀라 일어나 앉자
소문 나면 다 죽는다며 입단속을 시켰소
그럴만 하지 제 나름 이해했소
아빠가 항일 운동으로 옥고 치르고
늘 일경 감시하에 살았으니까요
해방 이후 세상이 어수선하다 느꼈기에
입술 깨물며 무사히 넘겼소마는
'우리 아빠는 권총도 있다'
애들한테 자랑을 못해 죽을 뻔 했소
혼란기에 극성스럽던 밤손님은
경비대 5사단의 조 준위한테
이층 방을 내주자 잠잠해졌소, 그런데...
6.25가 나던 해 연초였소
지급 받은 권총을 자랑하고 싶었나
식구가 모인 방에 들고 왔소
탄창을 뽑고나서 괜찮다며 날 겨누고
'손들어!'... 이어서 방아쇠를 당겼소
하늘 향하며, 그 순간
'빵'... 억, 천정에 탄알 구멍!
약실에 탄환이 남아 있었다니...
요번엔 오발탄에 진짜로 갈 뻔 했소
그후 꿈인 듯 흐른 70여개 성상
나라와 사회도 엄청 발전했소, 그러나
분단 극복과 국력 배양의 그늘에
우글거리는 타성화된 폐습
이 기생충 박멸이 과제로 남겨졌소
답은 권총만 소지를 허용하여
벌이는 정정당당한 'K-웨스턴'의 연출!
'전국민의 권총 무장화'야말로
북핵도 압도할 국방의 완결판이요
안으론 사회 기강의 첨병으로
자유와 책임을 어깨동무로 묶을 밧줄이요
법보다 사이드 백이 가까워
죽어봐야 아는 허세도 빠이빠이요
자랑 못해 죽을 뻔하며 묻어 둔
아빠 권총은 '리볼버'
진짜로 갈 뻔한 조 준위 권총은 '콜트 엠'
다 풀어 놓으니 허리는 가뿐하오만
전쟁 터지자 바로 출동한
그 조 아저씨(마산 출신)는 소식이 없소
혹시 전사?...코끝이 찡한
괜한 상념도 오발탄이면 좋겠소만
(23-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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