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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김수호-창작학습시/김수호♡미발표시 - 2

알몸의 악몽 - 김수호 (1940~ )

설지선 2023. 10. 27. 16:51

 

 

알몸의 악몽 - 김수호 (1940~ )

 

 

찾아온 봄에 자리를 내준 추위

난 두터운 외투를 벗었네

그러나 스며든 예년에 없던 꽃샘추위

꼼짝없이 집안에 틀어박혔네

 

칠흑 속에 가두고 저들만의 별 잔치

밤새 옷 벗기는 끈적한 이불

그 역한 악취에 방을 뛰쳐나가야 했네

아, 이렇게 완전 알몸일 줄은, 정말

 

춥고 배고파 떨며 움츠릴 밖에

난 주유소로 뛰어들었네

냉소의 총알이 박혀 쓰린 가슴

휘발유를 한껏 붓고 라이터를 켰네

 

퍽! 화염 속에 희나리 된 몸

그 재 한줌을 벗어버린 영혼

맹하게 떠밀려 내 별에서 떠나야 했네

아, 이렇게 띵한 악몽일 줄은, 차마

 

 

(1105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