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몸의 악몽 - 김수호 (1940~ )
찾아온 봄에 자리를 내준 추위
난 두터운 외투를 벗었네
그러나 스며든 예년에 없던 꽃샘추위
꼼짝없이 집안에 틀어박혔네
칠흑 속에 가두고 저들만의 별 잔치
밤새 옷 벗기는 끈적한 이불
그 역한 악취에 방을 뛰쳐나가야 했네
아, 이렇게 완전 알몸일 줄은, 정말
춥고 배고파 떨며 움츠릴 밖에
난 주유소로 뛰어들었네
냉소의 총알이 박혀 쓰린 가슴
휘발유를 한껏 붓고 라이터를 켰네
퍽! 화염 속에 희나리 된 몸
그 재 한줌을 벗어버린 영혼
맹하게 떠밀려 내 별에서 떠나야 했네
아, 이렇게 띵한 악몽일 줄은, 차마
(11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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