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덕을 넘는 사람들 - 정영효 확실함을 믿지 않는 곳에서는 가장 현명한 해결책을 질문이라고 부른다 어딘가에 숨어서 이유를 구성하고 있다는 지금은 질문이 필요해 너는 질문을 만나는 게 좋겠다 그곳에서는 자신의 생활을 잃은 이들이 질문을 찾아 언덕을 넘는다 (정영효 시집 ‘날씨가 되기 전까지 안개는 자유로웠고’) 시는 질문이다 내가 운영하는 서점에는 ‘궁리책상’이라는 자리가 있다. 혼자 쓰기에 다소 널찍하다는 것 말고는 별다른 게 없다. 그럼에도 근사한 이름을 붙이게 된 것은, 아무래도 시집 가득한 책장에 둘러싸인 시집 서점의 책상이기 때문이다. 적어도 이곳에서만큼은 한껏 궁리를 해보았으면 하는 바람에서 번듯한 한편에 자리하게 두었다. 이 책상 위에는 노트 한 권과 연필 한 자루가 놓여 있다. 어떠한 강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