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 백운산 업고 가을 오다 - 신용목(1974∼) [동아/ 2023-10-07]
백운산 업고 가을 오다 - 신용목(1974∼) 타는 가을 산, 백운 계곡 가는 여울의 찬 목소리 야트막한 중턱에 앉아 소 이루다 추분 벗듯 고요한 소에 낙엽 한 장 떠 지금, 파르르르 물 어깨 떨린다 물속으로 떨어진 하늘 한 귀가 붉은 잎을 구름 위로 띄운다 마음이 삭아 바람 더는 산 오르지 못한다 하루가 너무 높다 맑은 숨 고여 저 물, 오래전에 승천하고 싶었으나 아직 세상에 경사가 남아 백운산 흰 이마를 짚고 파르르르 떨림 이 시를 쓴 신용목은 가을이나 바람처럼 쓸쓸한 것들을 잘 다루는 시인이다. 사실 ‘다룬다’는 표현은 정확하지 않고, 보이지 않는 것을 시라는 붓끝으로 그려낸다고 말해야 옳다. 눈앞의 사물을 정밀히 그리는 것이 극사실주의이고, 이런 경향이 그림에서도 지나간 사조가 된 것처럼 시에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