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경의 시:선] 아까운 가을 [문화/ 2023-11-08]
처서 - 임유영 아무도 아무에게도 왜 사냐고 묻지 않았어요 넌 얼마나 가졌니, 나무에게 물으니 가난한 나뭇잎이 쏴아아 요란하게 떠들어댑니다 웃음을 꾹 참으면 안 깨끗한 물이 눈에서 흘러나옵니다 이것이 파도의 성분입니다 (임유영 시집 ‘오믈렛’) 아까운 가을 낙엽이 절정이다. 하나둘 떨어져 어느새 한가득한 낙엽을 두고 보다가, 마냥 그럴 수는 없어 빗자루를 들고 나선다. 한참 쓸고 있는데, 지나던 노인 한 분이 “아까우니 그냥 두어요” 하고 말을 건다. 농이겠거니 웃어넘겼는데, 노인이 떠나고 비질을 마친 뒤에도 나는 그 말을 반복해 떠올려보다가 마침내 궁금해지게 되는 것이다. 며칠 전에는, 저 낙엽이 다 돈이면 좋겠다, 생각했다. 그럼 나는 부자일 텐데. 그러나 낙엽은 돈이 아니고, 그러니 많아도 소용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