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약 - 백석(1912∼1996)눈이 오는데토방에서는 질화로 우에 곱돌탕관에 약이 끓는다삼에 숙변에 목단에 백복령에 산약에 택사의 몸을 보한다는 육미탕이다약탕관에서는 김이 오르며 달큼한 구수한 향기로운 내음새가 나고 약이 끓는 소리는 삐삐 즐거웁기도 하다그리고 다 달인 약을 하이얀 약사발에 밭어놓은 것은아득하니 깜하야 만년 녯적이 들은 듯한데나는 두 손으로 고이 약그릇을 들고 이 약을 내인 녯사람들을 생각하노라면내 마음은 끝없이 고요하고 또 맑어진다나는 시를 공부하고 아버지는 시를 쓰기 때문에 우리는 서로 어떤 시가 좋은가 토론하곤 한다. 그중에서도 백석은 잃어버린 보물, 어마어마하게 아름다운 시인의 이름이다. 아버지는 ‘흰 바람벽이 있어’와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가 좋다고 한다. 나는 ‘북방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