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 여름 가고 가을 오듯 - 박재삼(1933∼1997) [동아/ 2023-09-02]
여름 가고 가을 오듯 - 박재삼(1933∼1997) 여름 가고 가을 오듯 해가 지고 달이 솟더니, 땀을 뿌리고 오곡을 거두듯이 햇볕 시달림을 당하고 별빛 보석을 줍더니, 아, 사랑이여 귀중한 울음을 바치고 이제는 바꿀 수 없는 노래를 찾는가. 시 ‘울음이 타는 가을강’이 유명하기 때문에 박재삼은 가을을 대표하는 시인처럼 보인다. 쓸쓸하니 고적한 말투 때문에 더욱 가을을 상징하는 시인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시집을 읽다 보면 박재삼은 가을이 아니라 모든 자연의 시인임을 알게 된다. 자연에 대한 감각이 유독 섬세해서 스쳐 부는 바람도 느낄 줄 알았고 나뭇잎의 물살도 볼 줄 알았다. 자연을 사랑해서 자연스럽게 자연을 닮아 간 시인. 계절에 몸을 맡겨 시를 자아냈던, 자연과 시로 화답한 시인이 바로 박재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