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미의 어떤 시] 바람이 불어 - 윤동주(1917∼1945) [조선/ 2022-07-18] 바람이 불어 - 윤동주(1917∼1945) 바람이 어디로부터 불어와 어디로 불려가는 것일까, 바람이 부는데 내 괴로움에는 이유가 없다. 내 괴로움에는 이유가 없을까. 단 한 여자를 사랑한 일도 없다. 시대를 슬퍼한 일도 없다. 바람이 자꾸 부는데 내 발이 반석 위에 섰다. 강물이 자꾸 흐르는데 내 발이 언덕 위에 섰다. “단 한 여자를 사랑한 일도 없다” “시대를 슬퍼한 일도 없다” 이 두 문장을 읽으며 나는 그를 이해했다. ‘저항 시인’이라는 외피에 가린 그의 생얼굴. 이토록 정직한 고백, 치열한 자기반성을 조선의 다른 남성 시인들 시에서 읽은 적이 없다. 그는 일제강점기에 태어난 문학청년. 그의 가장 큰 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