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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김수호-조선가슴시/최영미♣어떤 시 152

[최영미의 어떤 시] 자유 (Liberte) - 폴 엘뤼아르 (Paul Eluard·1894~1952) [조선/ 2022-02-28]

[최영미의 어떤 시] 자유 (Liberte) - 폴 엘뤼아르 (Paul Eluard·1894~1952) [조선/ 2022-02-28] 자유 (Liberte) - 폴 엘뤼아르 (Paul Eluard·1894~1952) 나의 학습 노트 위에 나의 책상과 나무 위에 모래 위에 눈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 황금빛 조상(彫像) 위에 병사들의 총칼 위에 제왕들의 왕관 위에 (…) 회복된 건강 위에 사라진 위험 위에 회상없는 희망 위에 나는 너의 이름을 쓴다 그 한마디 말의 힘으로 나는 내 일생을 다시 시작한다 나는 태어났다 너를 알기 위해서 너의 이름을 부르기 위해서 자유여. (오생근 옮김) 원래 제목은 ‘단 하나의 생각’이었고 마지막에 사랑하는 여인의 이름을 부르는 연애시였다. 나중에 제목을 자유로 바..

[최영미의 어떤 시] 성공은 가장 달콤하게 여겨지지 - 에밀리 디킨슨 (Emily Dickinson·1830~1886) [조선/ 2022-02-21]

[최영미의 어떤 시] 성공은 가장 달콤하게 여겨지지(Success is counted sweetest) - 에밀리 디킨슨 (Emily Dickinson·1830~1886) [조선/ 2022-02-21] 성공은 가장 달콤하게 여겨지지 - 에밀리 디킨슨 (1830~1886) 성공은 한번도 성공하지 못한 사람에게 가장 달콤하게 여겨지지 과일즙의 참맛을 알려면 가장 쓰라린 허기가 필요하지 오늘 깃발을 들고 있는 자주빛 옷을 입은 사람들 중 누구도 (패배한 자만큼) 승리의 뜻을 분명히 알지 못하지 패배해 죽어가는 병사의 귀에 멀리서 어렴풋이 승리의 환호가 고통스럽고 분명하게 들리지 성공이란 무엇일까? 전투에서 승리한 군대와 패배해 죽어가는 병사의 이미지를 대비시키며 시인은 패배를 경험한 자만이 성공을 이해한다고 ..

[최영미의 어떤 시] 선물 (Gifts) - 사라 티즈데일(Sara Teasdale·1884~1933) [조선/ 202-02-14]

[최영미의 어떤 시] 선물 (Gifts) - 사라 티즈데일(Sara Teasdale·1884~1933) [조선/ 202-02-14] 선물 (Gifts) - 사라 티즈데일(Sara Teasdale·1884~1933) 나는 첫사랑에게 웃음을 주었고, 두 번째 사랑에게 눈물을 주었고, 세 번째 사랑에게는 그 오랜 세월 침묵을 주었지. 내 첫사랑은 내게 노래를 주었지, 두 번째 사랑은 내 눈을 뜨게 했고, 아, 그런데 나에게 영혼을 준 건 세 번째 사랑이었지. 미국의 여성 시인 사라 티즈데일은 서정적인 연애시를 많이 남겼다. 사랑에게 무엇을 준다는 문구의 반복, ‘눈물’ ‘노래’ ‘침묵’ 같은 단어들은 그녀의 다른 시 ‘아말휘의 밤 노래’를 연상시킨다. “나는 그에게 울음을 주고 / 노래도 줄 수 있으련만-/ ..

[최영미의 어떤 시] 시인이란 누구인가 - 타데우시 루제비치 (Tadeusz Ro′zewicz·1921~2014) [조선/ 2022-02-07]

[최영미의 어떤 시] 시인이란 누구인가 - 타데우시 루제비치 (Tadeusz Ro′zewicz·1921~2014) [조선/ 2022-02-07] 시인이란 누구인가 - 타데우시 루제비치 (Tadeusz Ro′zewicz·1921~2014) 시인이란 시를 쓰는 사람이고 동시에 시를 쓰지 않는 사람이다 시인이란 매듭을 끊는 사람이고 스스로 매듭을 연결하는 사람이다 시인이란 믿음을 가진 사람이고 아무것도 믿지 못하는 사람이다 시인이란 거짓을 말하는 사람이고 거짓에 속아 넘어가는 사람이다 넘어지는 사람이고 다시 일어나는 사람이다 시인이란 떠나가는 사람이고 결코 떠나지 못하는 사람이다 (최성은 옮김) 말장난처럼 보이나 깊은 뜻이 숨겨져 있다. 마지막 행에 “결코 떠나지 못하는 사람이다”의 여운이 무겁다. 이곳이 아..

[설날에 읽는 최영미의 어떤 시] 두 번은 없다 (Nic dwa razy) [조선/ 2022-01-31]

[설날에 읽는 최영미의 어떤 시] 두 번은 없다 (Nic dwa razy) - 비스와바 쉼보르스카(Wislawa Szymborska 1923~2012) [조선/ 2022-01-31] 두 번은 없다 (Nic dwa razy) - 비스와바 쉼보르스카(Wislawa Szymborska 1923~2012) 두 번은 없다.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아무런 연습 없이 태어나서 아무런 훈련 없이 죽는다. 우리가, 세상이란 이름의 학교에서 가장 바보 같은 학생일지라도 여름에도 겨울에도 낙제란 없는 법. 반복되는 하루는 단 한 번도 없다. 두 번의 똑같은 밤도 없고, 두 번의 한결같은 입맞춤도 없고, 두 번의 동일한 눈빛도 없다. 어제, 누군가 내 곁에서 네 이름을 큰 소리로 불렀을 때, 내..

[최영미의 어떤 시] 경이로운 여자(Phenomenal woman) - 마야 안젤루 (Maya Angelou·1928~2014) [조선/ 2022-01-24]

[최영미의 어떤 시] 경이로운 여자(Phenomenal woman) - 마야 안젤루 (Maya Angelou·1928~2014) [조선/ 2022-01-24] 경이로운 여자 (Phenomenal woman) - 마야 안젤루 (Maya Angelou 1928~2014) 예쁜 여자들은 내 비밀이 무엇인지 궁금해하지 나는 귀엽지 않고 패션모델의 사이즈도 아니야 내가 말하기 시작하면 그들은 내가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하지 나는 말하지, 그건(아름다움의 비밀은) 내 팔 안에 내 엉덩이 사이에, 내 독특한 발걸음에, 내 입술의 휘어진 선에 있지. 나는 여자야 경이로운 여자 나는 방으로 들어가지 네가 원하는 만큼 멋지게, 그리고 서있거나 무릎을 꿇은 남자들이 벌떼처럼 내 주위에 몰려들지 나는 말하지, 그건 내 눈 속의..

[최영미의 어떤 시] 꿈(Dreams) - 랭스턴 휴즈 [1902(?)~1967] [조선/ 2022.01.17]

[최영미의 어떤 시] 꿈(Dreams) - 랭스턴 휴즈 [1902(?)~1967] [조선/ 2022.01.17] 꿈 - 랭스턴 휴즈[1902(?)~1967] 꿈을 꽉 잡고 있어라 꿈이 죽어 없어지면 삶은 날개가 부러져 날지 못하는 새. 꿈을 꽉 잡아라 꿈이 사라지면 삶은 눈으로 얼어붙은 황량한 들판이 되니까. 아주 단순하고 당연한 말들이 가슴을 후벼판다. 내가 꿈을 너무 일찍 포기하고 살지 않았나? 내 꿈이 무엇이었는지? 알려면 한참 뒤져야 나올 터. 주위를 둘러보면, 간절히 뭔가를 원했던 사람은 비슷하게라도 산다. 그러니 젊은이들이여 꿈을 크게 가져라. 랭스턴 휴즈는 1920년대 ‘재즈 시’(jazz poetry)라 불리던 흑인문학을 주도한 시인이며 소설가 극작가이다. 재즈처럼 리듬이 강한 휴즈의 시를..

[최영미의 어떤 시] 호랑이 - 윌리엄 블레이크 (William Blake 1757~1827) [조선/ 2022.01.10]

[최영미의 어떤 시] 호랑이 - 윌리엄 블레이크 (William Blake 1757~1827) [조선/ 2022.01.10] 호랑이 - 윌리엄 블레이크 (William Blake 1757~1827) 한밤중 숲속에서 눈부시게 타오르는 호랑이여, 호랑이여! 어떤 불멸의 신이, 어떤 손과 눈이 너의 무시무시한 균형을 만들 수 있었나? 얼마나 깊은 곳, 머나먼 하늘에서 네 눈의 불길은 타오르나? 어떤 날개를 타고 감히 솟아올라, 어떤 손이 그 불꽃을 잡을 수 있나? 어떤 어깨가, 어떤 기술이 네 심장의 힘줄을 비틀 수 있었나? (중략) 어떤 두려운 손이 감히 그 치명적인 공포를 움켜쥐는가? 별들이 그들의 창을 내던지고 그들의 눈물로 하늘을 적실 때, 자신의 작품을 보고 그분은 미소 지었나? 어린 양을 창조한 신..

[최영미의 어떤 시] 약속 (Promise) - 재키 케이 (Jackie Kay 1961~) [조선/ 2022-01-03]

[최영미의 어떤 시] 약속 (Promise) - 재키 케이 (Jackie Kay 1961~) [조선/ 2022-01-03] 일러스트=양진경 약속 (Promise) - 재키 케이 (Jackie Kay 1961~) 기억하라, 한 해의 이맘때 미래는 아무것도 쓰여지지 않은 백지(白紙)처럼 보이고 깨끗한 달력, 새로운 기회. 두텁게 쌓인 하얀 눈 위에 너는 새로운 발자국을 맹세한다 그리고 세찬 바람이 불어 그것들이 사라지는 걸 지켜보지 너의 잔을 채우고, 한잔 마셔라 약속들은 부서지고, 지켜지라고 만들어졌지 약속은 깨어지라고 존재하는 것? 상식을 뒤집는 결구가 왜 이리 시원한지. 따뜻한 바람이 불어 한순간 녹아내리는 눈덩이처럼 허망하게 부서지더라도 약속은 계속되어야 한다. 약속이라는 말이 이처럼 무겁게 반짝거리..

[최영미의 어떤 시] 길가메시 서사시 [조선/ 2021-12-27]

[최영미의 어떤 시] 길가메시 서사시 [조선/ 2021-12-27] 길가메시 서사시 네 배를 채워라, 즐겨라 낮에도 밤에도! 하루하루를 즐겁게 보내라 춤추고 놀아라 낮에도 밤에도! 물에 들어가 목욕하고, 네 머리를 씻고 깨끗한 옷을 입어라 네 손을 잡은 아이를 바라보고, 네 아내를 안고 또 안아 즐겁게 해줘라 인류의 오래된 이야기, 길가메시(Gilgamesh) 서사시의 한 장면이다. 영원한 생명을 찾아 헤매는 길가메시에게 선술집 주인 시두리는 말한다. “신이 인간을 창조했을 때, 인간에게 죽음을 주었다…그러니 배불리 먹고 즐겨라” 그 단순함에 나는 매료되었다. 먹고 씻고 사랑하라! ‘carpe diem’의 원조라 할 수 있는, 허무를 바탕으로 한 현세주의는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특징이다. 중년을 지나 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