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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김수호-조선가슴시/최영미♣어떤 시 152

[최영미의 어떤 시] 원주 가는 길(原州途中) - 김시습(金時習 1435∼1493) [2021-01-11]

[최영미의 어떤 시] 원주 가는 길(原州途中) - 김시습(金時習 1435∼1493) [2021-01-11] 원주 가는 길(原州途中) - 김시습(金時習 1435∼1493) 봄바람에 지팡이 짚고 관동 가는 길 원주로 들어서니 안개 낀 수풀 인적 드문 객사에 마차 또한 드물고 드높은 누각 비 온 뒤 붉은 해당화 십 년 길 누비며 다 닳아버린 신발 드넓은 세상에 텅 빈 주머니 하나 시 짓는 나그네 마음 어지러운데 산새 노래하듯 기생소리 들려오네 (최명자 옮김) 김시습이 26세에 이런 시를 썼다. 그도 남자니까 기생 소리에 마음이 흔들렸겠지. 마지막 줄에 ‘기생’으로 번역된 말은 원래 한시에선 ‘어화’(語花·말하는 꽃, 기생을 일컫던 말). 해당화와 대구를 이뤄 심심한 시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아무도 거두지 않는..

[최영미의 어떤 시] 기대지 않고 - 이바라기 노리코 (1926-2006) [조선/ 2021.01.04]

[최영미의 어떤 시] 기대지 않고 - 이바라기 노리코 (1926-2006) [조선/ 2021.01.04] 기대지 않고 - 이바라기 노리코 (1926-2006) 더 이상 기성 사상에는 기대고 싶지 않다 더 이상 기성 종교에는 기대고 싶지 않다 더 이상 기성 학문에는 기대고 싶지 않다 더 이상 그 어떤 권위에도 기대고 싶지 않다 오래 살면서 마음속 깊이 배운 건 그 정도 자신의 눈과 귀 자신의 두 다리로만 서 있으면서 그 어떤 불편함이 있으랴 기댄다면 그건 의자 등받이뿐 (성혜경 옮김) 그래, 차라리 의자 등받이에 기대는 게 낫지. 내 삶과 동떨어진 학문이며 사상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기대지 않는” 경지에 이르기까지 노리코 여사는 엄청난 독서를 했을 게다. 이런저런 사상과 학문을 섭렵했던 자만이 그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