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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김수호-조선가슴시/최영미♣어떤 시

[최영미의 어떤 시] 미라보 다리 - 기욤 아폴리네르(1880~1918) [조선/ 2022-06-27]

설지선 2022. 6. 27. 10:09

[최영미의 어떤 시] 미라보 다리 - 기욤 아폴리네르(1880~1918) [조선/ 2022-06-27]



    미라보 다리(Le Pont Mirabeau)



    미라보 다리 아래 세느 강이 흐르고

    우리들의 사랑도 흘러간다

    허나 괴로움에 이어서 오는 기쁨을

    나는 또한 기억하고 있나니

    밤이어 오라 종은 울려라

    세월은 흐르고 나는 여기 있다

    손과 손을 붙들고 마주 대하자

    우리들의 팔 밑으로

    미끄러운 물결의

    영원한 눈길이 지나갈 때

    밤이어 오라 종은 울려라

    세월은 흐르고 나는 여기 있다

    흐르는 물결같이 사랑은 지나간다

    사랑은 지나간다

    삶이 느리듯이

    희망이 강렬하듯이

    밤이어 오라 종은 울려라

    세월은 흐르고 나는 여기 있다

    날이 가고 세월이 지나면

    흘러간 시간도

    사랑도 돌아오지 않고

    미라보 다리 아래 세느 강만 흐른다

    밤이어 오라 종은 울려라

    세월은 흐르고 나는 여기 있다

     

    -기욤 아폴리네르(Guillaume Apollinaire·1880~1918)

    (송재영 옮김)



‘미라보 다리(Pont Mirabeau)’는 1896년 경 세워진 아치형 다리. 아름다운 다리에서 연인과 사랑을 속삭이다 헤어지는 복을 누렸으니 아폴리네르는 행복한 시인. 그의 뮤즈였던 화가 마리 로랑생은 세느강의 이쪽에 살고 그는 강의 저쪽에 살았다고 한다. 어느 날 둘은 헤어졌고 홀로 미라보 다리를 찾은 시인은 흐르는 강물을 내려다보며 추억에 잠긴다. 강물이 흐르듯 삶은 지나가고 사랑도 지나간다.

시의 후반부에 나오는 “삶이 느리듯이 희망이 강렬하듯이”를 읽으며 시인이 이 시를 쓴 연대가 궁금해졌다. 중년을 훌쩍 넘긴 내게 삶은 느리지 않고 희망도 강렬하지 않다. 서른두 살에 ‘미라보 다리’를 쓰고 4 년 뒤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해 부상당한 아폴리네르는 1918년 스페인 독감에 감염되어 38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다.[최영미 시인·이미출판 대표]



    Le Pont Mirabeau (시 원문)

     

    Sous le pont Mirabeau coule la Seine

    Et nos amours

    Faut-il qu’il m’en souvienne

    La joie venait toujours après la peine

    Vienne la nuit sonne l’heure

    Les jours s’en vont je demeure

    Les mains dans les mains restons face à face

    Tandis que sous

    Le pont de nos bras passe

    Des éternels regards l’onde si lasse

    Vienne la nuit sonne l’heure

    Les jours s’en vont je demeure

    L’amour s’en va comme cette eau courante

    L’amour s’en va

    Comme la vie est lente

    Et comme l’Espérance est violente

    Vienne la nuit sonne l’heure

    Les jours s’en vont je demeure

    Passent les jours et passent les semaines

    Ni temps passé

    Ni les amours reviennent

    Sous le pont Mirabeau coule la Seine

    Vienne la nuit sonne l’heure

    Les jours s’en vont je demeure

     

    - Apollinaire, Alcools (19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