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미의 어떤 시] 마스나비- 잘랄 아드딘 무하마드 루미(1207~1273) [조선/ 2022-06-20]
마스나비 - 잘랄 아드딘 무하마드 루미(1207~1273)
배를 타고 있던 학자가 선원을 보며 말했다
“이제껏 공부를 해본 적이 있소?”
뱃사람이 대답했다. “없습니다.”
그러자 학자가 말했다.
“당신은 인생의 절반을 낭비했구려.”
뱃사람은 슬픔으로 마음이 아팠지만
그 순간 대답을 할 수 없었다.
그때 엄청난 강풍이 불어와
배가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뱃사람은 학자에게 큰 소리로 말했다.
“수영할 줄 아시오?”
학자가 대답했다. “못 하오.”
그러자 뱃사람이 말했다.
“당신은 인생의 절반을 낭비했구려.
지금 배가 가라앉고 있소.”
(정제희 옮김)
(원문과 다르게 행을 배열함)
가라앉고 있는 배에 탔는데 헤엄칠 줄 모른다. 그동안 읽은 그 많은 책이 무슨 소용이람? 방랑자 스승 샴스를 만난 뒤 교리 학습이나 율법보다는 ‘신과의 합일’을 추구하며 영혼의 교류에 심취했다는 신비주의자 루미의 면모를 알 수 있는 산문시. 어떤 설교보다도 설득력 있는 뱃사람과의 짧은 대화를 통해 공부가 전부가 아니다, 교리에 얽매여 인생을 낭비하지 말라는 교훈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13세기 페르시아 시인이며 이슬람 학자인 루미의 대표작 ‘마스나비’ 1권을 읽으며 영혼에 벼락을 맞는 체험은 하지 못했다. 그의 스타일이 내 취향이 아니었고 그의 언어들이 때로 너무 두리뭉실해서, 아니 그보다 내가 누군가의 말씀에 경도되기에 너무 늙었기 때문일 게다. [최영미 시인·이미출판 대표]
'2-2 김수호-조선가슴시 > 최영미♣어떤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최영미의 어떤 시] 나는 너의 남자 - 레너드 코언(1934~2016) [조선/ 2022-07-04] (0) | 2022.07.04 |
---|---|
[최영미의 어떤 시] 미라보 다리 - 기욤 아폴리네르(1880~1918) [조선/ 2022-06-27] (0) | 2022.06.27 |
[최영미의 어떤 시] 시계추를 쳐다보며 - 김일엽(金一葉·1896~1971) [조선/ 2022-06-13] (0) | 2022.06.13 |
[최영미의 어떤 시] 6월이 오면 - 로버트 브리지스(1844~1930) [조선/ 2022-06-06] (0) | 2022.06.06 |
[최영미의 어떤 시] 담벼락 틈새에 피어난 꽃 - 알프레드 테니슨(1809~1892) [조선/ 2022-05-30] (0) | 2022.05.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