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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김수호-동아행복시 430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 산길 ― 문현미(1957∼ ) [동아/ 2019-04-20]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 산길 ― 문현미(1957∼ ) [동아/ 2019-04-20] 산길 ― 문현미(1957∼ ) 청빛 바람 그득한 흙길을 걸으면 생각의 잎사귀들이 파파파 넓어진다 그림자가 가벼워지는 시간 영혼에 풀물이 스미는 시간 내 속의 어지러운 나, 우수수 흩어지고 파릇한 정맥에 새 길이 나는 걸 예..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 세상의 모든 울음은 ― 이현호(1983∼ ) [동아/ 2019-04-13]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 세상의 모든 울음은 ― 이현호(1983∼ ) [동아/ 2019-04-13] 세상의 모든 울음은 ― 이현호(1983∼ ) 네가 혼자 울면 아무도 네 울음을 듣지 않지만 네가 신들을 향해 울부짖으면 그들은 네 울음에 귀 기울인다 한 마을의 개들이 그렇듯이 그들은 너를 따라 울어대기 시작..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 내 세상은 물이런가 구름이런가 ― 김억(1896∼?) [동아/ 2019-04-06]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 내 세상은 물이런가 구름이런가 ― 김억(1896∼?) [동아/ 2019-04-06] 내 세상은 물이런가 구름이런가 ― 김억(1896∼?) 혼자서 능라도의 물가 둔덕에 누웠노라면 흰 물결은 물소리와 함께 굽이굽이 흘러내리며, 저 멀리 맑은 하늘의 끝없는 저곳에는 흰 구름이 고요도 하..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 분이네 살구나무 ― 정완영(1919∼2016) [조선/ 2019-03-30]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 분이네 살구나무 ― 정완영(1919∼2016) [조선/ 2019-03-30] 분이네 살구나무 ― 정완영(1919∼2016) 동네서 젤 작은 집 분이네 오막살이 동네서 젤 큰 나무 분이네 살구나무 밤사이 활짝 펴올라 대궐보다 덩그렇다. 이 아름답고 짧은 시조를 지은 이는 백수(白水) 정완영 시..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 등대 ― 조창환(1945∼ ) [동아/ 2019-03-23]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 등대 ― 조창환(1945∼ ) [동아/ 2019-03-23] 등대 ― 조창환(1945∼ ) 캄캄한 밤 회오리바람 속에서 깜빡거린다 저 불빛, 부러진 단검 하나 남은 검투사 같다 무슨 결박으로 동여매 있기에 제 안의 황야에 저리 고달프게 맞서는 것일까 등대는 외롭고 적막하고 단호하다 ..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 빗소리 ― 주요한(1900∼1979) [동아/ 2019-03-16]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 빗소리 ― 주요한(1900∼1979) [동아/ 2019-03-16] 빗소리 ― 주요한(1900∼1979) 비가 옵니다. 밤은 고요히 깃을 벌리고 비는 뜰 위에 속삭입니다. 몰래 지껄이는 병아리같이. 이즈러진 달이 실낱같고 별에서도 봄이 흐를 듯이 따뜻한 바람이 불더니 오늘은 이 어두운 밤을 ..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 외롭지 않기 위하여 ― 최승자(1952∼) [동아/ 2019-03-09]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 외롭지 않기 위하여 ― 최승자(1952∼) [동아/ 2019-03-09] 외롭지 않기 위하여 ― 최승자(1952∼) 외롭지 않기 위하여 밥을 많이 먹습니다 괴롭지 않기 위하여 술을 조금 마십니다 꿈꾸지 않기 위하여 수면제를 삼킵니다. 마지막으로 내 두뇌의 스위치를 끕니다 그러면 ..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 우리나라 꽃들에겐 ― 김명수(1945년∼ ) [동아/ 2019-03-02]

우리나라 꽃들에겐 ― 김명수(1945년∼ )우리나라 꽃들에겐설운 이름 너무 많다이를테면 코딱지꽃 앉은뱅이 좁쌀밥꽃건드리면 끊어질 듯바람불면 쓰러질 듯아, 그러나 그것들 일제히 피어나면우리는 그날을새봄이라 믿는다모든 시에는 주인이 있다. 주인은 시대에 따라서도 달라지고, 작품에 따라서도 달라지니 누구 하나를 주인이라 특정할 수는 없다. 그래도 대개는 지식인 혹은 귀족이었다. 예를 들어 조선에서 시라는 것은 대개 ‘한시’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어려운 한자를 섭렵하고 능숙하게 다루기 위해 오랜 시간 연마를 거듭한 사람들만이 쓸 수 있었다. 그런데 우리말로 우리의 마음을 표현하기 시작하면서 시의 주인은 점차 늘어갔다. 일제강점기 아름다운 우리말로 몰래몰래 시를 쓰던 이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시를 쓰는 주인이 늘..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 대결 ― 이상국(1946∼ ) [동아/ 2019-02-23]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 대결 ― 이상국(1946∼ ) [동아/ 2019-02-23] 대결 ― 이상국(1946∼ ) 큰눈 온 날 아침 부러져 나간 소나무들 보면 눈부시다 그들은 밤새 뭔가와 맞서다가 무참하게 꺾였거나 누군가에게 자신을 바치기 위하여 공손하게 몸을 내맡겼던 게 아닐까 조금씩 조금씩 쌓이는 눈..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 어머니의 귀 ― 김상현(1947∼) [동아/ 2019-02-16]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 어머니의 귀 ― 김상현(1947∼) [동아/ 2019-02-16] 어머니의 귀 ― 김상현(1947∼) 하루 종일 누워만 계신 어머니가 오늘은 이런 말을 하신다 “꼭 네가 내 손등을 톡톡치는 것 같아 눈을 떠 보면 네가 없어야” 하신다 쓸쓸함이 눈시울에 가득하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