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 15년 - 김준태(1948∼) [동아/ 2019-07-27]
15년 - 김준태(1948∼)도시에서15년을 살다 보니달팽이청개구리딱정벌레풀여치이런 조그마한 것들이더없이 그리워진다조그만, 아주 조그마한 것들까지사람으로 보여와서날마다 나는손톱을 매만져댄다어느날 문득나도 모르게혹은 무심하게이런 조그마한 것들을짓눌러 죽여버릴까봐날마다 나는손톱을 깎으며더욱 사람이 되자더욱 더욱 사람이 되자몇 번이고 마음속으로 외친다 “너는 커서 뭐가 될래?”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자주 묻는다. 몹시 문제 있는 질문이다. 자기도 몰랐으면서 왜 묻는 걸까. 병아리가 크면 ‘닭’이 되듯 아이는 크면 ‘어른’이 된다. 질문의 요지는 아이의 희망 직종이 궁금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제가 커서 뭐가 될지 알고 있으면 이미 어린이가 아니다. 우리는 모두 장래희망란에 뭔가를 써 봤다. 대충도 적어봤고 염원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