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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김수호-동아행복시 430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 별 닦는 나무 - 공광규(1960∼ ) [동아/ 2019-09-07]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 별 닦는 나무 - 공광규(1960∼ ) [동아/ 2019-09-07] 별 닦는 나무 - 공광규(1960∼ ) 은행나무를 별 닦는 나무라고 부르면 안 되나 비와 바람과 햇빛을 쥐고 열심히 별을 닦던 나무 가을이 되면 별가루가 묻어 순금빛 나무 나도 별 닦는 나무가 되고 싶은데 당신이라는 별..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 조용한 일 ― 김사인(1956∼) [동아/ 2019-08-31]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 조용한 일 ― 김사인(1956∼) [동아/ 2019-08-31] 조용한 일 ― 김사인(1956∼) 이도 저도 마땅치 않은 저녁 철이른 낙엽 하나 슬며시 곁에 내린다 그냥 있어볼 길밖에 없는 내 곁에 저도 말없이 그냥 있는다 고맙다 실은 이런 것이 고마운 일이다 “하늘에 왜 불이 났어?..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 여행 - 이진명(1955∼ ) [동아/ 2019-08-24]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 여행 - 이진명(1955∼ ) [동아/ 2019-08-24] 여행 - 이진명(1955∼ ) 누가 여행을 돌아오는 것이라 틀린 말을 하는가 보라. 여행은 안 돌아오는 것이다 첫 여자도 첫 키스도 첫 슬픔도 모두 돌아오지 않는다 그것들은 안 돌아오는 여행을 간 것이다 얼마나 눈부신가 안 돌아..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 종소리 - 오장환(1918∼1951) [동아/ 2019-08-17]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 종소리 - 오장환(1918∼1951) [동아/ 2019-08-17] 종소리 - 오장환(1918∼1951) 기쁨을 전하는 아니, 항거하는 몸짓일지라도 힘차게 울렸으면……종소리 크나큰 종면鍾面은 바다와 같은데 상기도 여기에 새겨진 하늘 시악시 온몸이 업화業火에 싸여 몸부림치는 거 같은데 ..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 병점 ― 최정례(1955∼) [동아/ 2019-08-10]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 병점 ― 최정례(1955∼) [동아/ 2019-08-10] 병점 ― 최정례(1955∼) 병점엔 조그만 기차역 있다 검은 자갈돌 밟고 철도원 아버지 걸어 오신다 철길 가에 맨드라미 맨드라미 있었다 어디서 얼룩 수탉 울었다 병점엔 떡집 있었다 우리 어머니 날 배고 입덧 심할 때 병점 떡..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 소 1 - 권정생(1937∼2007) [동아/ 2019-08-03]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 소 1 - 권정생(1937∼2007) [동아/ 2019-08-03] 소 1 - 권정생(1937∼2007) 보릿짚 깔고 보릿짚 덮고 보리처럼 잠을 잔다. 눈 꼭 감고 귀 오그리고 코로 숨 쉬고 엄마 꿈 꾼다. 아버지 꿈 꾼다. 커다란 몸뚱이, 굵다란 네 다리. ―아버지, 내 어깨가 이만치 튼튼해요. 가슴 쫙 펴..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 15년 - 김준태(1948∼) [동아/ 2019-07-27]

15년 - 김준태(1948∼)도시에서15년을 살다 보니달팽이청개구리딱정벌레풀여치이런 조그마한 것들이더없이 그리워진다조그만, 아주 조그마한 것들까지사람으로 보여와서날마다 나는손톱을 매만져댄다어느날 문득나도 모르게혹은 무심하게이런 조그마한 것들을짓눌러 죽여버릴까봐날마다 나는손톱을 깎으며더욱 사람이 되자더욱 더욱 사람이 되자몇 번이고 마음속으로 외친다 “너는 커서 뭐가 될래?”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자주 묻는다. 몹시 문제 있는 질문이다. 자기도 몰랐으면서 왜 묻는 걸까. 병아리가 크면 ‘닭’이 되듯 아이는 크면 ‘어른’이 된다. 질문의 요지는 아이의 희망 직종이 궁금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제가 커서 뭐가 될지 알고 있으면 이미 어린이가 아니다. 우리는 모두 장래희망란에 뭔가를 써 봤다. 대충도 적어봤고 염원을..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 강 ― 황인숙(1958∼) [동아/ 2019-07-20]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 강 ― 황인숙(1958∼) [동아/ 2019-07-20] 강 ― 황인숙(1958∼) 당신이 얼마나 외로운지, 얼마나 괴로운지 미쳐버리고 싶은지 미쳐지지 않는지 나한테 토로하지 말라 심장의 벌레에 대해 옷장의 나비에 대해 찬장의 거미줄에 대해 터지는 복장에 대해 나한테 침도 피도 ..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 천국 - 박서영(1968∼2018) [동아/ 2019-07-13]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 천국 - 박서영(1968∼2018) [동아/ 2019-07-13] 천국 - 박서영(1968∼2018) 밤의 국도에서 고라니를 칠 뻔 했다 두 눈이 부딪혔을 때 나를 향해 오히려 미안한 표정을 짓던 고라니의 검고 큰 눈망울 오랫동안 그걸 잊지 못하고 있다 그날 이후 그 길을 지날 땐 자꾸 뭔가를 만..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 기적 ― 심재휘(1963∼) [동아/ 2019-07-06]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 기적 ― 심재휘(1963∼) [동아/ 2019-07-06] 기적 ― 심재휘(1963∼) 병실 창밖의 먼 노을을 바라보며 그가 말했다 저녁이 되니 사람들이 집으로 돌아가네 그후로 노을이 몇 번 더 졌을 뿐인데 나는 그의 이른 장례를 치르고 집으로 돌아간다 하루하루가 거푸집으로 찍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