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 밤길 - 장석남(1965~ ) [동아/ 2020-09-05] 밤길 ― 장석남(1965∼ ) 밤길을 걷는다 걸음은 어둠이나 다 가져라 걸음 없이 가고 싶은 데가 있으니 어둠 속 풀잎이나 바람결이나 다 가져라 걸어서 닿을 수 없는 데에 가고 싶으니 유실수들 풋열매 떨어뜨리는 소리 이승의 끝자락을 적신다 그러하다가 새벽달이 뜨면 울올이 풀리는 빛에 걸음을 걸려라 걸려 넘어져라 넘어져 무릎에 철철 피가 넘치고 핏속에 파란 별빛들과 여러 날 시각을 달리해서 뜨던 날 셋방과 가난한 식탁, 옹색한 여관 잠과 마주치는 눈길들의 망초꽃 같은 세미나 꼬부라져 사라졌던 또다른 길들 피어날 것이다 환하고 축축하게 웃으면서 이곳이군 내가 닿은 곳은 이곳이군 조금은 쓰라리겠지 내가 밤길을 걸어서 새벽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