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 곤드레밥 ― 김지헌(1956∼) [동아/ 2021-04-24] 곤드레밥 ― 김지헌(1956∼) 봄에 갈무리해놓았던 곤드레나물을 꺼내 해동시킨 후 들기름에 무쳐 밥을 안치고 달래간장에 쓱쓱 한 끼 때운다 강원도 정선 비행기재를 지나 나의 위장을 거친 곤드레는 비로소 흐물흐물해진 제 삭신을 내려놓는다 반찬이 마땅찮을 때 생각나는 곤드레나 톳나물, 아무리 애를 써도 조연일 수밖에 없는 그런 삶도 있다 만나고 돌아섰을 때 두고두고 생각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은 나에게 좋은 사람이다. 시집도 비슷하다. 덮었을 때 두고두고 생각나는 시가 있다. 사람이나 사람이 낳은 시나 별반 다르지 않다. 나중에도 생각나는 시가 나에게 좋은 시다. 김지헌 시인의 ‘곤드레밥’이 바로 그런 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