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경의 시:선] 초가을 생각 [문화/ 2023-09-06]
가장 위험한 스티로폼을 훔치고 - 이서하 저 멀리 나무 한 그루가 헐렁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어서, 흔드는 것 없이 휘청거려서, 쓰러질 듯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유일해서, 나보다 나무를 앞에 두고 걸었다 생각하기. 아무 생각하기. 발미를 감추고 생각하기 비할 짝이 없는 생각 (이서하 시집 ‘조금 진전 있음’) 초가을 생각 현관문을 나서면 느닷없이 시원해진 날씨. 계절 사이에도 문이 있는 모양이다. 안과 밖이 문짝 하나 차이이듯 여름과 가을도 하루 차이이지 않을까. 여전히 볕은 뜨겁고 멀리 매미 울음 들리는 것 같고 잎들은 무성하고 푸릇하지만, 구월이 되면 가을. 출근길 버스 안 승객들을 둘러보다가 어제 아침과 다른 점을 발견한다. 그 누구도 스마트폰을 들여다보지 않는 것이다. 대신 멀거니 창밖을 바라보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