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화과 숲 - 황인찬(1988∼) 쌀을 씻다가 창밖을 봤다 숲으로 이어지는 길이었다 그 사람이 들어갔다 나오지 않았다 옛날 일이다 저녁에는 저녁을 먹어야지 아침에는 아침을 먹고 밤에는 눈을 감았다 사랑해도 혼나지 않는 꿈이었다 한눈에 반할 때가 있다. 처음 본 그 순간에 결정된다. 마음이 덜컥 기우는 건 의외로 순식간이다. 왜 반했느냐고 물어보면 대답이 금방 나오지 않는다. 이유를 따져서 반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시를 한두 편 보는 게 아닌데, 이 시는 처음 보자마자 ‘너무 좋다’라는 반응이 먼저였다. 사람이 사람 아닌 것에 반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황인찬의 이 작품은 알려주었다. 이 시에는 설명이 많지 않다. 쌀 씻는 저녁은 가까이 보이고, 사랑하는 꿈은 희미해 보인다. 그렇지만 시를 읽어가며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