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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법원은 민주적 정당성을 심판하는 기관이 아니다 [조선/ 2022-08-29]

[시론] 법원은 민주적 정당성을 심판하는 기관이 아니다 - 허영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 [조선/ 2022-08-29] 국민의힘 비대위 설치에 대한 법원의 가처분 인용 결정은 큰 파장을 불러왔다. 여당은 혼란에 빠졌다. 국정을 책임진 집권 여당의 지도 체제 불확실성으로 생기는 국정 혼란의 피해자는 국민이다. 정치의 사법화를 보는 국민도 짜증스럽고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법원 결정의 핵심은 국민의힘이 비상 상황을 만들어 당 대표의 법적인 지위를 박탈하려는 것은 정당의 민주적 내부 질서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법원은 “당 대표와 최고위원들 사이에 의견을 달리하는 경우 비대위 설치가 당원의 총의를 반영한다고 볼 수 없을 뿐 아니라 민주적 정당성의 크기에 비해 구성된 당 기구 사이의 민주적 내부 질서를 해할 ..

[선우정 칼럼] 86 운동권이 만든 황금 송아지 - 선우정 논설위원 [조선/ 2022-06-01]

[선우정 칼럼] 86 운동권이 만든 황금 송아지 - 선우정 논설위원 [조선/ 2022-06-01] 분노한 모세는 우상을 불태우고 가루로 잘게 빻아 물에 섞어 민중에게 마셔 없애도록 했다 그들에게 용퇴를 바랄 수 없다 국민이 부숴야 우상은 사라진다 일주일 전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13주기 추도식의 주제는 ‘나는 깨어 있는 강물’이었다. 사회자는 “강물은 바다로 직진하지 않지만 결국 바다로 간다”고 했다. 정세현 전 장관은 추도사에서 직설적으로 말했다. “대선 패배 후 기운이 나지 않는다, 뉴스도 보기 싫다는 분이 많다. 그럴수록 각성해서 민주당을 키우는 힘을 모아 달라.” 이 추도식에 윤석열 정부의 국무총리, 행정안전부 장관,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참석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도 동참했다. 마이크도 잡지 못했..

[김황식의 풍경이 있는 세상] 제주도 - 김황식 전 국무총리 [조선/ 2022-05-21]

[김황식의 풍경이 있는 세상] 제주도 - 김황식 전 국무총리 [조선/ 2022-05-21] 제주도 - 김황식(1948~ ) 웅혼한 대륙을 달려온 반도의 끝자락 푸른 바다를 넘어 우뚝 솟은 한라의 영봉 그 아래 펼쳐진 우리의 삶이 낙원의 삶이어야 하지 않겠는가? 누가 제주를 그저 우리 대한의 사랑스러운 막내라고 하는가? 누가 그저 제주가 없었더라면 대한이 얼마나 허전했으랴 하는가? 아니다 제주는 저 넓은 대양을,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대한민국의 관문이다 파수꾼이다 얼굴이다 이른 봄이면 서귀의 꽃 소식으로 우리를 설레게 하고 늦가을이면 한라 영봉의 눈 소식으로 우리를 숙연케 하는 제주 제주가 노래하면 반도도 노래할 것이요 제주가 가슴앓이하면 반도도 가슴앓이할 것이라 그렇기에 제주는 희망, 평화, 번영의 섬이..

[朝鮮칼럼] 정권교체 했으니 진영 싸움도 이겼다는 건 착각 - 송재윤 교수[조선/ 2022-04-11]

[朝鮮칼럼] 정권교체 했으니 진영 싸움도 이겼다는 건 착각 - 송재윤 캐나다 맥매스터대 교수 역사학 [조선/ 2022-04-11] 서울의 한 대학에서 사회과학을 가르치는 K 교수는 몇 년 전 미국 중서부 작은 대학도시에서 안식년을 보냈다. 젊은 시절 그는 자타 공인 운동권이었다. 지금도 그가 대학가 한 소줏집에서 주먹을 불끈 쥐고 목청 높여 부르던 노랫소리가 귀에 쟁쟁하다. “식민지 조국의 품 안에 태어나 이 땅에 발 딛고 하루를 살아도 민족을 위해 이 목숨 할 일 있다면 미국 놈 몰아내는 그 일이어라!” 난생처음 “적성 국가” 미국 땅에 발을 딛는 순간 그는 “아메리칸 인디언의 신음”을 들었다고 한다. 그의 혈관 속엔 여전히 반미(反美)의 붉은 피가 파도치고 있다. 북미의 소도시에 사는 게 어땠냐고 물..

[朝鮮칼럼 The Column] 런던의 함성, 도쿄의 침묵 - 노정태 철학에세이스트 [조선/ 2021-07-28]

[朝鮮칼럼 The Column] 런던의 함성, 도쿄의 침묵 - 노정태 철학에세이스트 [조선/ 2021-07-28] 축구 유로 결승 열렸던 런던, 6만여명 팬 경기장서 환호 도쿄 올림픽은 무관중 진행 日, 확진자 수 英보다 적지만 온 사회가 코로나 공포 빠져 ‘방역 성공’의 본질 돌아봐야 “코리아 파이팅!” 17세 소년 궁사 김제덕 선수의 포효가 온 국민의 가슴을 뻥 뚫어주었다. 그런데 김제덕의 목소리가 왜 그렇게 ‘크게’ 들렸던 걸까? 관중석이 텅 비어 있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경기가 치러지는 도쿄 지역에는 현재 가장 높은 방역 단계인 ‘긴급사태 선언’이 발령된 상태다. 선수들의 플레이를 보고 환호해야 할 관중 대신 그저 관계자나 소수의 관객만 앉아 있다. 텅 빈 것은 경기장 관중석뿐만 아니다. 올림픽..

[만물상] ‘공룡’ 키우는 청장님 - 이동훈 논설위원 [조선/ 2021.03.18]

[만물상] ‘공룡’ 키우는 청장님 - 이동훈 논설위원 [조선/ 2021.03.18] 2005년 인기가수 K씨가 음주운전으로 3중 추돌 사고를 내고 뺑소니까지 쳤다. 11시간 뒤 경찰에 출석한 그는 기자회견을 갖고 이렇게 해명했다. “술을 마시고 운전을 했지만 음주운전은 하지 않았다.” 취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K씨는 위스키와 소주 각 1병, 맥주 5병을 마신 게 드러났다. K씨 이름은 잊혀졌지만 그의 ‘황당 해명’은 패러디까지 되며 오랫동안 회자되고 있다. ▶해명이 화를 부르는 경우는 많다. 16개월 정인이를 살해한 양모는 “배를 한 번 세게 때린 적은 있지만 죽을 정도는 아니었다”고 했다. 여자 선수를 자살로 내몬 감독은 “손이 아닌 신발로 때렸으니 때리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성추행으로 고발된 연..

[윤희영의 News English] “한국의 ‘좀비’ 유행은 두려움과 불안감의 産物” [조선/ 2021.03.09]

[윤희영의 News English] “한국의 ‘좀비’ 유행은 두려움과 불안감의 産物” [조선/ 2021.03.09] “한국 곳곳에 수두룩한 좀비들은 두려움과 불안감을 먹고 산다” 미국 LA타임스가 한국의 좀비 영화·드라마 열풍을 사회적 현상으로 분석한 기사 제목이다. 간추리면 이렇다. “먹느냐 먹히느냐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감은 차라리 좀비들로 하여금 자신을 먹게 해서 자신도 그 무리에 속해버리는 것이 오히려 낫겠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절망에 빠진 한국인들은 좀비를 못 들어오게 하려는 살아있는 자보다 문 앞에서 부르짖는 완전히 죽지 않은 무리에게 훨씬 더 공감한다. 수년 전만 해도 한국에서 좀비의 잿빛 피부색, 초점 없는 눈동자, 끝없는 인육(人肉) 굶주림은 혐오 대상이었다. ..

“이 땅의 살인자가 강 건너에서는 애국자다” -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 [조선/ 2020.12.12]

[아무튼, 주말] “이 땅의 살인자가 강 건너에서는 애국자다” -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 [조선/ 2020.12.12] /일러스트=김영석 코로나 사태로 강연 시간이 줄어들면서 읽고 집필할 시간이 생겼다. 그러나 시력과 건강 상태의 변화로 뜻대로 되지 않는다. 최근에는 ‘논어’와 파스칼의 ‘팡세’를 들추곤 한다. 한두 페이지만 읽어도 생각할 과제가 생기며 깨달음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오늘 오후에는 ‘팡세’의 ‘정의란 어떤 것인가’는 편에서 “그는 강 저편에 살고 있다”는 구절을 보았다. 파스칼은 “내가 강 이편 사람을 죽이면 살인자가 되지만 너는 강 저편이어서 죽이면 애국자가 된다”고 설명한다. 냉전시대에는 자유민주주의와 공산사회주의 강 때문에 전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지금도 서울과 평양 사이의 강을 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