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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영의 News English] “한국의 ‘좀비’ 유행은 두려움과 불안감의 産物” [조선/ 2021.03.09]

설지선 2021. 3. 9. 17:24

[윤희영의 News English] “한국의 ‘좀비’ 유행은 두려움과 불안감의 産物” [조선/ 2021.03.09]

 

 

한국 곳곳에 수두룩한 좀비들은 두려움과 불안감을 먹고 산다”

미국 LA타임스가 한국의 좀비 영화·드라마 열풍을 사회적 현상으로 분석한 기사 제목이다. 간추리면 이렇다.

 

“먹느냐 먹히느냐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감은 차라리 좀비들로 하여금 자신을 먹게 해서 자신도 그 무리에 속해버리는 것이 오히려 낫겠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절망에 빠진 한국인들은 좀비를 못 들어오게 하려는 살아있는 자보다 문 앞에서 부르짖는 완전히 죽지 않은 무리에게 훨씬 더 공감한다.

 

수년 전만 해도 한국에서 좀비의 잿빛 피부색, 초점 없는 눈동자, 끝없는 인육(人肉) 굶주림은 혐오 대상이었다. 그랬던 것이 갈수록 벌어지는 불평등, 먹고 살려는 아사리판 경쟁, 정부에 대한 불신이 심화되면서 좀비가 한국인들 정신에 스며들었다.

 

국가나 사회가 생존을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걸 겪으면서, 살아남으려면 혼자 힘으로 스스로 돌봐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좀비 존재에 감정이입을 하게 된 것이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느릿느릿 움직이는 서양의 그것들과 달리 한국 영화·드라마에 나오는 좀비들은 엄청나게 빠르다는 사실이다. 생존하려면 빨라야 하는 한국 사회에서 적응하고 앞서가려다가 맞닥뜨리는 정신없이 바쁜 압력이 투영된 현상이다.

 

다른 나라 좀비 영화·드라마는 얼마나 빨리 어떻게 좀비들을 물리치고 처치하느냐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줄거리다. 이에 비해 한국에선 좀비들에게 연민을 느끼고, 되레 그들을 배척하는 인간들을 한탄하는 경향이 있다.

 

인생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아무 생각 없이 무작정 돌진만 해온 자신에게서 좀비 모습을 발견하곤 소스라친다.

 

인터뷰에 응한 한 한국인은 “좀비는 인간성을 상실한 인간이다. 공상 속에만 존재하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좀비를 그저 무리 지어 따라다니는 무지하고 의식 없는 노예처럼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들이 세상을 뒤엎고 혁명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