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 (南瓜歎) - 정약용(丁若鏞 1762~1836) 장마비 열흘 만에 모든 길 끊어지고 성안에도 벽항(僻巷)에도 밥 짓는 연기 사라졌네 태학(太學)에서 글 읽다가 집으로 돌아오니 문안에 들어서자 떠들썩한 소리 들려 들어보니 며칠 전에 끼니거리 떨어지고 호박으로 죽을 쑤어 근근이 때웠는데 어린 호박 다 따 먹고 (중략) 항아리같이 살이 찐 옆집 마당 호박 보고 계집종이 남몰래 도둑질하여다가 충성을 바쳤으나 도리어 야단맞네 (중략) 작은 청렴 달갑지 않다 이 몸도 때 만나면 출세 길 열리리라 안 되면 산에 가서 금광이나 파보지 만 권 책 읽었다고 아내 어찌 배부르랴 (후략) (송재소 옮김) 정약용이 22세에 지은 한시인데 소설 장면처럼 사실적이고 표현이 치밀하다. 장마를 소재로 다산은 시를 여러 편 지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