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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하림의 [어디로?] - 애송시 100편 (46)

현대시 100년, 시인 100인이 추천한 애송시 100편 (46) 어디로? / 최하림 황혼이다 어두운 황혼이 내린다 서 있기를 좋아하는 나무들은 그에게로 불어오는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으며 있고 언덕 아래 오두막에서는 작은 사나이가 사립을 밀고 나와 징검다리를 건너다 말고 멈추어 선다 사나이는 한동안 물을..

정지용의 [향수] - 애송시 100편 (45)

현대시 100년, 시인 100인이 추천한 애송시 100편 (45) 향수 / 정지용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뷔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에 겨운 ..

김명인의 [너와집 한 채] - 애송시 100편 (44)

현대시 100년, 시인 100인이 추천한 애송시 100편 (44) 너와 집 한 채 / 김명인 길이 있다면, 어디 두천쯤에나 가서 강원남도 울진군 북면의 버려진 너와집이나 얻어 들겠네, 거기서 한 마장 다시 화전에 그슬린 말재를 넘어 눈 아래 골짜기에 들었다가 길을 잃었네 저 비탈바다 온통 단풍 불 붙을 때 너와집 ..

문인수의 [쉬] - 애송시 100편 (43)

현대시 100년, 시인 100인이 추천한 애송시 100편 (43) 쉬 - 문인수 그의 상가엘 다녀왔습니다. 환갑을 지난 그가 아흔이 넘은 그의 아버지를 안고 오줌을 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생(生)의 여러 요긴한 동작들이 노구를 떠났으므로, 하지만 정신은 아직 초롱 같았으므로 노인께서 참 난감해 하실까봐 "아버..

황지우의 [겨울-나무로부터 봄-나무에로] - 애송시 100편 (42)

현대시 100년, 시인 100인이 추천한 애송시 100편 (42) 겨울-나무로부터 봄-나무에로 / 황지우 나무는 자기 몸으로 나무이다 자기 온몸으로 나무는 나무가 된다 자기 온몸으로 헐벗고 영하(零下) 십삼도(十三度) 영하(零下) 이십도(二十度) 지상(地上)에 온몸을 뿌리박고 대가리 쳐들고 무방비의 나목(裸木)..

박상순의 [6은 나무 7은 돌고래, 열번째는 전화기] - 애송시 100편 (41)

현대시 100년, 시인 100인이 추천한 애송시 100편 (41) 6은 나무 7은 돌고래, 열번째는 전화기 / 박상순 첫번째는 나 2는 자동차 3은 늑대, 4는 잠수함 5는 악어, 6은 나무, 7은 돌고래 8은 비행기 9는 코뿔소, 열번째는 전화기 첫번째의 내가 열번째를 들고 반복해서 말한다 2는 자동차, 3은 늑대 몸통이 불어날 ..

[만물상] 아파트 공화국의 미래 / 박해연 논설위원 (조선 100924)

[만물상] 아파트 공화국의 미래 / 박해현 논설위원 (조선 100924) 서울에 들어선 최초의 현대식 아파트는 1962년 주택공사가 지은 마포아파트였다. 40년이 채 지나지 않은 지금 전체 가구의 60%가 아파트에 살고 있다. 작가 최인호의 단편 '타인의 방'(1972년)이 한국문학에서 처음 아파트와 인간 소외를 다룬 ..

신대철의 [박꽃] - 100명의 시인이 뽑은 애송시 100편 (40)

현대시 100년, 시인 100인이 추천한 애송시 100편 (40) 박꽃 / 신대철 박꽃이 하얗게 필 동안 밤은 세 걸음 이상 물러나지 않는다 벌떼 같은 사람은 잠 들고 침을 감춘 채 뜬소문도 잠 들고 담비들은 제 집으로 돌아와 있다 박꽃이 핀다 물소리가 물소리로 들린다 <1977년> 해설 - 꽃의 개화를 본 적이 있으..

이용악의 [전라도 가시내] - 100명의 시인이 뽑은 애송시 100편 (39)

현대시 100년, 시인 100인이 추천한 애송시 100편 (39) 전라도 가시내 - 이용악 알룩조개에 입맞추며 자랐나 눈이 바다처럼 푸를뿐더러 까무스레한 네 얼굴 가시내야 나는 발을 얼구며 무쇠다리를 건너온 함경도 사내 바람소리도 호개도 인전 무섭지 않다만 어드운 등불 밑 안개처럼 자욱한 시름을 달게 마..

함민복의 [긍정적인 밥] - 100명의 시인이 뽑은 애송시 100편 (38)

현대시 100년, 시인 100인이 추천하는 애송시 100편 (38) 긍정적인 밥 / 함민복 시(詩) 한 편에 삼만 원이면 너무 박하다 싶다가도 쌀이 두 말인데 생각하면 금방 마음이 따뜻한 밥이 되네 시집 한 권에 삼천 원이면 든 공에 비해 헐하다 싶다가도 국밥이 한 그릇인데 내 시집이 국밥 한 그릇만큼 사람들 가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