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미의 [비망록] - 애송시 100편(96) 비망록 / 김경미 햇빛에 지친 해바라기가 가는 목을 담장에 기대고 잠시 쉴 즈음. 깨어보니 스물네 살이었다. 신(神)은, 꼭꼭 머리카락까지 졸이며 숨어있어도 끝내 찾아주려 노력하지 않는 거만한 술래여서 늘 재미가 덜했고 타인은 고스란히 이유 없는 눈물 같은 것이었으므로. 스물네 해째 가을은 더.. 2-5 김수호-문인추천시/현대시♧백인시선 2010.09.27
이장욱의 [인파이터 - 코끼리군의 엽서 ] - 애송시 100편 (95) 현대시 100년, 시인 100인이 추천한 애송시 100편 (95) 인파이터 - 코끼리군의 엽서 - 이장욱 저기 저, 안전해진 자들의 표정을 봐. 하지만 머나먼 구름들이 선전포고를 해온다면 나는 벙어리처럼 끝내 싸우지. 김득구의 14회전, 그의 마지막 스텝을 기억하는지. 사랑이 없으면 리얼리즘도 없어요 내 눈앞에 .. 2-5 김수호-문인추천시/현대시♧백인시선 2010.09.27
정끝별의 [가지가 담을 넘을 때] - 애송시 100편(94) 현대시 100년, 시인 100인이 추천한 애송시 100편 (94) 가지가 담을 넘을 때 / 정끝별 이를테면 수양의 늘어진 가지가 담을 넘을 때 그건 수양 가지만의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얼굴 한번 못 마주친 애먼 뿌리와 잠시 살 붙였다 적막히 손을 터는 꽃과 잎이 혼연일체 믿어주지 않았다면 가지 혼자서는 한없이 .. 2-5 김수호-문인추천시/현대시♧백인시선 2010.09.27
이재무의 [감나무 ] - 애송시 100편(93) 감나무 / 이재무 감나무 저도 소식이 궁금한 것이다 그러기에 사립 쪽으로는 가지도 더 뻗고 가을이면 그렁그렁 매달아놓은 붉은 눈물 바람결에 슬쩍 흔들려도 보는 것이다 저를 이곳에 뿌리박게 해놓고 주인은 삼십년을 살다가 도망 기차를 탄 것이 그새 십오년인데…… 감나무 저도 안부가 그리운 .. 2-5 김수호-문인추천시/현대시♧백인시선 2010.09.27
김준태의 [참깨를 털면서] - 애송시 100편 (92) 현대시 100년, 시인 100인이 추천한 애송시 100편 (92) 참깨를 털면서 - 김준태 산그늘 내린 밭 귀퉁이에서 할머니와 참깨를 턴다. 보아하니 할머니는 슬슬 막대기질을 하지만 어두워지기 전에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젊은 나는 한번을 내리치는 데도 힘을 더한다. 세상사에는 흔히 맛보기가 어려운 쾌감이 .. 2-5 김수호-문인추천시/현대시♧백인시선 2010.09.27
안현미의 [거짓말을 타전하다] - 애송시 100편 (91) 현대시 100년, 시인 100인이 추천한 애송시 100편 (91) 거짓말을 타전하다 / 안현미 여상을 졸업하고 더듬이가 긴 곤충들과 아현동 산동네에서 살았다 고아는 아니었지만 고아 같았다 사무원으로 산다는 건 한 달치의 방과 한 달치의 쌀이었다 그렇게 꽃다운 청춘을 팔면서 살았다 꽃다운 청춘을 팔면서도 .. 2-5 김수호-문인추천시/현대시♧백인시선 2010.09.27
김광균의 [추일서정(秋日抒情)] - 애송시 100편 (90) 현대시 100년, 시인 100인이 추천한 애송시 100편 (90) 추일서정(秋日抒情) - 김광균 낙엽은 폴―란드 망명정부의 지폐 포화(砲火)에 이즈러진 도룬 시의 가을 하늘을 생각케 한다. 길은 한줄기 구겨진 넥타이처럼 풀어져 일광(日光)의 폭포 속으로 사라지고 조그만 담배 연기를 내어 뿜으며 새로 두 시의 급.. 2-5 김수호-문인추천시/현대시♧백인시선 2010.09.27
김정환의 [철길] - 애송시 100편 (89) 현대시 100년, 시인 100인이 추천한 애송시 100편 (89) 철길 - 김정환 철길이 철길인 것은 만날 수 없음이 당장은, 이리도 끈질기다는 뜻이다. 단단한 무쇳덩어리가 이만큼 견뎌오도록 비는 항상 촉촉히 내려 철길의 들끓어오름을 적셔주었다. 무너져내리지 못하고 철길이 철길로 버텨온 것은 그 위를 밟고.. 2-5 김수호-문인추천시/현대시♧백인시선 2010.09.27
이형기의 [낙화] - 애송시 100편 (88) 현대시 100년, 시인 100인이 추천한 애송시 100편 (88) 낙화 - 이형기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않아 열매 맺.. 2-5 김수호-문인추천시/현대시♧백인시선 2010.09.27
신동엽의 [껩데기는 가라 ] - 애송시 100편 (87) 현대시 100년, 시인 100인이 추천한 애송시 100편 (87) 껩데기는 가라 - 신동엽 껍데기는 가라. 사월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껍데기는 가라 동학년(東學年) 곰나루의, 그 아우성만 살고 껍데기는 가라. 그리하여, 다시 껍데기는 가라. 이곳에선, 두 가슴과 그곳까지 내논 아사달 아사녀가 중립의 초.. 2-5 김수호-문인추천시/현대시♧백인시선 2010.0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