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경의 시:선] 봄에 시인은 위험해진다 - 최문자 [문화/ 2022-03-23]
봄에 시인은 위험해진다 - 최문자
봄에 시인은 위험해진다 감정이 생기고 제목도 모르면서 새로운 거짓말이 되고 싶다(…) 꽃이 돌멩이처럼 잊었던 기억을 찍어내고 무더기 무더기 떼로 몰려온다는 것 꽃은 구름이 가득한 동쪽으로 가는 길이랬어 잘 아는 꽃이었어 알다가도 실금 같은 것
- 최문자 ‘Nothing-봄에는’(시집 ‘해바라기밭의 리토르넬로’)
봄에 시인은 위험해진다 감정이 생기고 제목도 모르면서 새로운 거짓말이 되고 싶다(…) 꽃이 돌멩이처럼 잊었던 기억을 찍어내고 무더기 무더기 떼로 몰려온다는 것 꽃은 구름이 가득한 동쪽으로 가는 길이랬어 잘 아는 꽃이었어 알다가도 실금 같은 것
- 최문자 ‘Nothing-봄에는’(시집 ‘해바라기밭의 리토르넬로’)
세상 모든 사람은 시인이다. ‘시를 쓰거나 쓰지 않거나 시인의 자질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가 아니다. 나는 진심으로 세상 모든 사람이 시를 쓴다고 생각한다. 매일매일. 좀 더 과장하면 매 순간. 시라는 게 꼭 활자화돼야, 육성의 몸을 입어야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시인이라서, 시집서점 운영자라서 이와 같이 주장한다고 오해할 수도 있지만, 분명 우리는 모두 시인이다.
당신이 길을 걷고 있다 하자. 그러다 어느 골목에서 개나리를 만났다 하자. 그 느닷없는 노란빛 생기에 당신이 터뜨리게 될 찬탄. 나는 그것이 시라고 생각한다. 휴일 오후. 창밖에는 비가 내리고 딱히 즐길 것도, 하고 싶은 것도 없을 때 찾아오는 느리고 느슨한 졸음. 그것 역시 시가 아닐 수 없다. 각박한 회의 시간에 뒷목 뜨끈해지도록 답답할 때, 책상 위에 떨어진 손바닥만 한 햇빛 그것을 알아채는 마음도 시다. 시가 아닐 수 없다. 그리고 그런 순간을 발견하고 알아차리는 우리는 모두 시인이다. 그와 같은 방식으로 우리는 매일매일 매 순간 시를 쓴다.
봄은 시인의 시간이다. 사방에서 의외의 순간들과 조우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것들에 반응하기란 좀처럼 쉽지 않다. 그래서 봄에 시인은 위험하다. 도처에 시가 널려 있다. 조금만 방심하다간 딴전을 팔거나 넋을 놓기 십상이다. 평소에는 느껴보지 못한 크기의 감정을 느끼게 되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러면 좀 어떤가. 봄은 짧고 충분히 아름다우니. [유희경 시인·서점지기]
당신이 길을 걷고 있다 하자. 그러다 어느 골목에서 개나리를 만났다 하자. 그 느닷없는 노란빛 생기에 당신이 터뜨리게 될 찬탄. 나는 그것이 시라고 생각한다. 휴일 오후. 창밖에는 비가 내리고 딱히 즐길 것도, 하고 싶은 것도 없을 때 찾아오는 느리고 느슨한 졸음. 그것 역시 시가 아닐 수 없다. 각박한 회의 시간에 뒷목 뜨끈해지도록 답답할 때, 책상 위에 떨어진 손바닥만 한 햇빛 그것을 알아채는 마음도 시다. 시가 아닐 수 없다. 그리고 그런 순간을 발견하고 알아차리는 우리는 모두 시인이다. 그와 같은 방식으로 우리는 매일매일 매 순간 시를 쓴다.
봄은 시인의 시간이다. 사방에서 의외의 순간들과 조우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것들에 반응하기란 좀처럼 쉽지 않다. 그래서 봄에 시인은 위험하다. 도처에 시가 널려 있다. 조금만 방심하다간 딴전을 팔거나 넋을 놓기 십상이다. 평소에는 느껴보지 못한 크기의 감정을 느끼게 되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러면 좀 어떤가. 봄은 짧고 충분히 아름다우니. [유희경 시인·서점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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