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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김수호-조선가슴시/최영미♣어떤 시

[최영미의 어떤 시] 사포 16 - 사포(Σαπφώ 기원전 620년경~570?) [조선/ 2021-08-16]

설지선 2021. 8. 16. 09:14

[최영미의 어떤 시] 사포 16 - 사포(Σαπφώ 기원전 620년경~570?) [조선/ 2021-08-16]



 

    일러스트=송수현



    사포 16 - 사포(Σαπφώ 기원전 620년경~570?)

     

    어떤 이들은 기병대가, 어떤 이는 보병대가

    또 어떤 이들은 긴 노를 도열한 함대가

    검은 대지 위에서 가장 아름답다 말하지만

    내겐 사랑하는 이가 가장 아름다워.

    이를 입증하는 건 쉬운 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 헬렌이,

    명예롭지 못한 트로이 남자에게 가려고

    누구보다 훌륭한 남편을 버리지 않았나?

    사랑이 그녀를 타락시켜;

    자신의 딸과 부모와 가족을 잊어버리고

    멀리 가벼운 마음으로 떠돌았지

    그러니 아낙토리아여,

    친구들과 떨어져 있어도 우리를 잊지 마

    나는 리디아의 화려한 전차와 중무장한

    보병대보다 빛나는 그대의 눈을 보고 싶어

    그대의 가벼운 발걸음을 듣고 싶어.

 

 

사포는 서양 역사에 이름을 남긴 최초의 여성 시인이다. 그리스의 레스보스섬에서 태어나 소녀들에게 시와 노래 춤을 가르치며 살았다. 가장 아름다운 건 화려하게 치장한 기병대라고 사람들은 말하지만, 내 눈엔 사랑하는 이가 가장 아름다워. 무엇이 가장 어떻다는 표현이 반복되는데, 경쟁하기를 즐겼던 당시 그리스 문화를 엿볼 수 있다.

사랑의 힘을 말한 뒤, 이를 증명하려는 근거를 대는 것도 철학과 논리를 사랑했던 그리스의 시인답다.

시에서 사포가 찬미하는 것은 그가 아니라 그녀, 아마도 자신이 가르쳤을 아낙토리아(Anaktoria)이다. 자신의 동성애 성향을 시로 표현했던 사포가 태어난 레스보스(Lesbos)의 이름을 따서 여자 동성애자를 레즈비언이라 불렀다. [최영미 시인·이미출판 대표]

 

 

    fragment 16

     

    Some prize the cavalry, while others favor

    infantrymen, or the long-oared navy

    as the finest sight on this black earth.

    But for me, it’s seeing the one you 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