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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김수호-조선가슴시/최영미♣어떤 시

[최영미의 어떤 시] 서정시를 쓰기 힘든 시대 - 베르톨트 브레히트(1898~1956) [조선/ 2021.08.30]

설지선 2021. 8. 30. 09:14

[최영미의 어떤 시] 서정시를 쓰기 힘든 시대 - 베르톨트 브레히트(1898~1956) [조선/ 2021.08.30]





    일러스트=송수현




    서정시를 쓰기 힘든 시대 - 베르톨트 브레히트(1898~1956)

     

     

    나도 안다, 행복한 자만이

    사랑받고 있음을. 그의 음성은

    듣기 좋고, 그의 얼굴은 잘생겼다.

     

    마당의 구부러진 나무가

    토질 나쁜 땅을 가리키고 있다. 그러나

    지나가는 사람들은 으레 나무를

    못생겼다 욕한다

     

    해협의 산뜻한 보트와 즐거운 돛단배들이

    내게는 보이지 않는다. 내게는 무엇보다도

    어부들의 찢어진 어망이 눈에 띌 뿐이다.

    왜 나는 자꾸 40대의 소작인 처가 허리를

    꼬부리고 걸어가는 것만 이야기하는가?

    처녀들의 젖가슴은

    예나 이제나 따스한데

     

    나의 시에 운을 맞춘다면 그것은

    내게 거의 오만처럼 생각된다.

     

    꽃피는 사과나무에 대한 감동과

    엉터리 화가에 대한 경악이

    나의 가슴 속에서 다투고 있다.

    그러나 바로 두번째 것이

    나로 하여금 시를 쓰게 한다.

     

    (김광규 옮김)

 

 

코로나 아니면 카불, 우울한 소식들을 접하며 어떤 시도 쓰지 못하고 브레히트의 시집을 읽었다. 나치 독일을 피해 1939년 스웨덴에 거주할 무렵에 쓴 ‘서정시를 쓰기 힘든 시대’는 그 제목만으로도 문학사에 남을 명시. 브레히트는 간결하고 명료한 언어로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능력이 탁월했다. 못생긴 나무를 탓하지 말고, 나무를 구부러지게 만든 토질 나쁜 땅을 개선하라. 잘못된 현실에 원인을 제공한 토대를 봐라. 밑에서 네 번째 행에 나오는 ‘엉터리 화가’는 히틀러를 지칭한다.

난민이 되어 여러 나라를 전전하며 “싸움터에서 밥을 먹고/ 살인자들 틈에 눕고 /되는대로 사랑을 하고” (시 ‘후손들에게’) 이 세상에서 그에게 주어진 시간은 그렇게 흘러갔지만 시는 남았다. 김소월보다 모더나에 더 익숙해진 귀. 서정시를 쓰기 힘든 시대, 나는 우리는 어디로 가나. 엉터리 현실에 대한 경악과 가을에의 예감이 내 가슴 속에서 다투고….[최영미 시인·이미출판 대표]

 

 

    (시 원문)Zeit für Lyrik - Bertolt Brecht (1898~1956)


     

    Ich weiß doch: nur der Glückliche

    Ist beliebt. Seine Stimme

    Hört man gern. Sein Gesicht ist schön.

     

    Der verkrüppelte Baum im Hof

    Zeigt auf den schlechten Boden, aber

    Die Vorübergehenden schimpfen ihn einen Krüppel

     

    Doch mit Recht.

     

    Die grünen Boote und die lustigen Segel des Sundes

    Sehe ich nicht. Von allem

    Sehe ich nur der Fischer rissiges Garnnetz.

    Warum rede ich nur davon

    Daß die vierzigjährige Häuslerin gekrümmt geht?

    Die Brüste der Mädchen

    Sind warm wie ehedem.

     

    In meinem Lied ein Reim

    Käme mir fast vor wie Übermut.

     

    In mir streiten sich

    Die Begeisterung über den blühenden Apfelbaum

    Und das Entsetzen über die Reden des Anstreichers.

    Aber nur das zweite

    Drängt mich zum Schreibtisch.